네이버야 미안해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터넷 강국 입니다.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젤 빠르고, 인터넷 망도 촘촘히 깔려있고, 지하철에서 LTE도 빵빵 터지고, 5G 시대도 머지 않은 것 같고, 인터넷 보급율과 실제로 사용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고 그렇죠. 저도 PC통신과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했던 시절 Dial-in 모뎀, ISDN, ADSL, VDSL, 케이블 모뎀 등 새로운 통신 규격들이 나오고 집에 깔릴 때 마다, 며칠 전까지 잘 써왔던 한단계 전 기술을 어떻게 쓰며 살아왔나 싶을 정도로 큰 차이를 느꼈고,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니 영화라도 하나 받아보려면 하루 죙일 걸리고 하니 내가 한국에서 얼마나 좋은 인터넷 환경을 누렸었나 뿌듯하기도 했었어요.
네. 빠른 기술 적용과 좁은 땅덩어리의 환상 콜라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가진 대한민국. 그리고 비록 이젠 그 격차가 많이 좁혀졌지만 아직도 그 속도는 세계 최☆강! 당시 한국을 떠나신 스티븐 님께선 여전히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계시지만, 속도 경쟁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과 2017년의 “인터넷 강국”이란 용어는 좀 다른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망” 강국인 한국은 어느샌가 인터넷 망국이 되어가고 있거든요 (라임 ㅇㅈ?) 인터넷 속도와 보급율 수치로만 황제로 군림할 수 있던 시대는 예전에 지나갔는데, 불과 몇 달 전에 나온 기사만 봐도 아직 우린 그런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저런 기사들은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 인터넷 속도왕으로 기사 제목을 바꿔줬으면 좋겠네요. 결국은 우리 사회가 빠져있는 스펙 지상주의의 또 하나의 폐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라면 참 사용하기 쉽고 안전한 크롬북을 사용하는 걸 이렇게 어색해하고 어려워하지 않지 않을까요.
그럼 이미 우리가 갖춘 빠르고 촘촘한 인터넷 인프라와 더불어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한 사용자를 끌어오는 웹사이트나 서비스 입니다. 전 세계의 웹사이트 트래픽 순위를 보여주는 Alexa에서 보면 오늘 기준으로 미국의 Google, Youtube, Facebook이 각 1, 2, 3위, 중국의 Baidu가 4위에 올라있네요. 신기하게도 Yahoo가 아직도 5위에 올라와있군요. 한국 사이트 중 1위인 네이버는 글로벌 상위 50에 들어있진 않아 전체 순위를 알 순 없지만 (51위부터 보려면 유료네요) 한국에서 1위를 지키고 있군요. 그나저나 홈페이지에 머무르는 평균 시간이 17분이라니. 하루 종일 네이버 뉴스만 보고 계신 직장인 분들 조금 반성 하셔야 겠습니다 ㅎㅎㅎ
세계로 뻗어있고 세계에서 들어오는 훌륭한 망을 갖췄음에도 외국에서 많은 트래픽을 유입하지 못하고 우리 안에서만 돌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세계 인터넷 왕이라면 세계적으로 놀아야죠. 앞으로 글로벌 트래픽 랭킹 탑 50에 많은 한국 웹사이트들이 올라가면 좋겠습니다. 뭐.. 포인투랩 웹사이트의 글로벌 랭킹은 무려 2,306,831위니까 저부터 잘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한가지는 차별하지 않는 인터넷 입니다. 플랫폼과 브라우저를 가리지 않는 서비스. 비싼 PC나 저가 태블릿에서도, 어떤 사람이 쓰더라도 동일한 사용성을 주는 인터넷. 크롬북과 맥북을 쓰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사이트들을 피하는 저도 얼마 전 연말정산 (부들부들) 때 다시 느낄 수 밖에 없었듯이 대한민국의 인터넷은 아주 아주 차별이 심해요. 각종 절차를 거치면 우리야 이것 저것 어떻게든 할 수라도 있지,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물품 구매도 거의 불가하다고 하죠.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어마어마 할텐데 말이에요. 뭐 이 얘기는 이전 포스트에서 많이 했으니 오늘은 욕은 하지 않을게요.
조금 더 나가보자면, 너무 빠른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오히려 인터넷 속도를 차별하는 웹사이트들도 만들었습니다. 한번 접속 했을 때 로딩되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고 과도한 데이타 트래픽을 유도하는 것이죠. 외국에서 한국 사이트들을 접속하려면 로딩 속도가 느린 사이트들이 많아요. 해외에서 로밍 또는 느린 호텔 와이파이 사용 시에 네이버 검색 이라도 하려면 아주 화가 치밀어 오르죠. 물론 검색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흰 화면에 거의 아무 정보도 없는 구글과 달리 네이버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사진들과 텍스트 들이 불러와집니다. 다양한 컨텐츠를 프론트 페이지에 노출 시켜 클릭을 유도하려는 맘은 알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네이버 검색이 필요한 때에는 참 불필요한 데이타 낭비입니다.
미국에서 크롬북을 판매하고 있는 저희 포인투랩에 아주 가끔씩 들어오늘 질문 중에는 집이 시골이라 케이블 랜이 들어오지 않는데 전화 접속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느냐 라는 질문도 있습니다. 2017년에 57k 모뎀이라뇨 하하하 이사가세요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겐 삶에 필요한 정보를 좋지 않은 인터넷 환경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구글이 정말 천사같은 서비스일 것입니다. 하루 빨리 우리 나라에도 세계로 뻗어 있고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많은 웹사이트가 생기길 바랍니다. (쓰다보니 네이버만 열심히 깠네요 미안!)
우리가 빌 게이츠에게 진정 보여줘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가 아닙니다. “한때 90%를 넘었고 2017년에도 80%를 상회했던 윈도우 OS의 국내 PC 점유율이 세계적으로 이미 뛰어났지만 더욱이 발전한 인터넷 환경 덕분에 50%로 아래로 줄었다. 보고 있나?” 정도 해야 빌 아저씨가 “제가 다시 CEO로 복직하겠습니다. 윈도우를 더 대한민국의 사용자들에게 매력있게 만들겠습니다.” 하지 않겠습니까. 빌 게이츠 칠순 때의 일이었다.
윈도우와 각종 웹 규제와 차별에 익숙한 우리야 이미 당할만큼 당했다 쳐도, 우리 미래 세대에는 더 좋은 걸, 진정 세계 최강인 걸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담번엔 아이들이 좋은 인터넷 환경에서 스마트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도 왜 못받고 있는지에 대한 푸념을 쫌 해볼까 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