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후원자들이여 어디 있나요?
비대면 봉사키트와 온라인 바자회로 모은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다 써버렸다. 이제 어쩌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면. 잠재후원자 데이터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게 있을까?
비대면 봉사키트를 구매한 사람들은 어떨까? 이들은 봉사시간이 필요하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미성년자가 많았고 학교에서 ‘시켜서’, 기업에서 ‘시켜서’ 참여한 비자발적인 사람들이었다. 후원 확률은 평균 이하. 그렇다면 버릴 것인가? 그건 또 아니다. 해 보면 알겠지만 잠재후원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대형 단체들이 거금을 들여 온라인 캠페인을 하고 콘서트를 하고 서명 운동을 하는 거니까. (아주 큰 단체들의 콘서트나 마라톤 등은 스폰서가 많아서 그 행사 자체로 수익 될 수는 있다. 엔젤스헤이븐 같이 인지도 없고 후원사 없는 단체는 무조건 마이너스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론은 잠재후원자 데이터 중에는 분명히 후원 요청을 했을 때 반응이 적은 부류가 있긴 하다. 그러면 버릴까? 그럴 수는 없다. 얼마나 소중한 데이터들인데. 그럼 어쩌라고? 나도 아직 명확한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했다. 내년에는 한 단계씩 더 엔젤스헤이븐으로 끌어들이는 기획을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비대면 봉사를 참여한 미성년자에게는 또 다른 봉사 기회 또는 그 나이 또래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면 봉사들을 만들어서 말 그대로 잠재 후원자를 육성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잠재 후원자를 찾아야 한다. 남들 다 하는 sns 광고를 해보기로 했다. 우리를 잘 아는 외부 디지털 마케팅 업체와 계약을 하고 캠페인을 만들어 정기후원 요청 광고를 시작했다. 남들이 다 하길래 하기만 하면 다 후원을 시작할 줄 알았다. '울지 않는 아이를 찾습니다.'는 야심 차게 만든 캠페인은 발달장애 어린이 미아방지 캠페인이었다. 미아방지 포스터도 예쁘게 만들고 실제 당사자 부모님들을 인터뷰하여 감동적인 스토리도 만들었다. 깨알같이 가죽으로 멋들어지게 만든 팔찌도 리워드로 준비했다.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 후원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어쩌지? 미아방지 캠페인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우리에게 있을까. 뭐 이런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sns로 광고를 시작한다. 그렇게도 해보고 싶던, 큰 단체들은 다 하는, 그 광고를. 페이스북 머신러닝이 어쩌고 하는 걸 공부도 하고 외주업체까지 써서 했으니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결론은 망했다. 정기후원으로 바로 전환시도를 했지만 택도 없었다. 그럼 일시후원을 해보자. 그것도 안된다. 사람들은 sns 광고를 보고 후원신청을 안 하나? 그럼 한 단계 더 낮춰본다. 서명만 하자. 서명을 하면 그 개인정보로 전화 모금을 해보자. 가뭄에 콩 나듯이 서명자가 들어온다. 외주 전화모금 업체를 쓸 만큼의 숫자도 되지 않는다. 기껏 해야 몇십 명이 다였다. (참고로 외주업체는 수천 명은 있어야 시작을 해준다.) 내부 직원이 하나하나 전화를 돌려본다. 물론 전화하기 전에 이메일로 캠페인 소개도 하였고 문자도 보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명한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결과는 정말 처참했다. 실패였다.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경험했다. 이건 안 되는 거였다. 우리처럼 예산이 없는 단체는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종종 SNS에서 비영리단체의 모금 광고들을 접하니 잠재후원자의 입장이 되어 보기로 했다. 유산기부나 부동산 등 큰 규모의 기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부를 할 때 이성적으로 단체를 검증하거나 내가 기부하는 월 3만 원의 후원금이 어떤 효과를 낼지 계산하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마음이 동해서, 불쌍해서,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사회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나의 후원금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평소에 들어본 단체에 후원을 한다. 단체를 검색해서 후원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후원 대상이나 사업을 검색해서 보이는 단체에 후원을 하기도 한다. SNS를 보다 보니 너무 공감 가는 캠페인이 있어 눈여겨봤는데 계속 피드에 뜨니 후원을 시작하기도 한다. SNS 광고를 보고 한 번에 후원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로 그거다. 후원은 '충동적'이고 이성적인 소비가 아니다. 상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열심히 후기를 찾아보거나 유사 상품을 비교하지도 않는다. 평소에 관심이 많거나 많이 접할 기회도 없다. 그러니 후원을 시작할 때 많이 들어본 단체, 마침 눈앞에 보인 광고를 누를 확률이 많은 거다. 엔젤스헤이븐처럼 오랜 시간 홀로 열심히 일한 단체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후원할 때 선택지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소규모 비영리 단체들이 비슷한 상황일 거다. 누가 감히 유니세프,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단체들과 비교가 되겠는가.
장기전이 가능한가. 모금을 위한 예산과 다른 선택지가 충분한가. 그렇다면 디지털 마케팅도 하나의 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광고를 하고 기다릴 수 있는 여력만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 잠재후원자들에게 단체를 노출할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좋은 효과가 날 것이다. 그렇지만 콩이 한알뿐이라면? 소액으로 몇 달만 광고를 할 요량이라면 다른 모금 방법을 찾아보자. 디지털 마케팅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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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비영리단체 모금 담당자들이여! 디지털 마케팅에 혹하지 말아라. 우리의 길이 아니다.
디지털마케팅은 망했다. 그럼 잠재후원자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