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모든 일을 한다
6년 전 내가 처음 맡은 엔젤스헤이븐의 후원홍보실은 기본적으로 이런 일들을 해왔다.
매월 소중하게 보내주시는 후원금을 후원자와 매칭하여 정산하는 일을 한다.
후원금 중 결연 후원금은 아이들과 하나하나 매칭하여 따로 정산해서 아이들이 속해있는 산하기관(은평천사원, 은평기쁨의집, 은평재활원 등)으로 보낸다.
대단한 관리라기보다는 계좌를 변경한다던가 주소를 바꾼다던가 중단, 증액 등을 한다고 연락이 오면 이를 반영한다. 가뭄에 콩 나듯 신규 후원자가 들어오면 소식지와 안내서 등을 보내는 일을 한다. 후원자 카드라고 버스카드 같이 생긴 후원자 고유번호가 적힌 플라스틱 카드도 함께 보내드렸다. 고액후원자(우리 기준에 고액은 5만 원이다)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고 후원금이 미납된 후원자에게 문자를 발송한다. 자동으로.
분기별로 소식지를 발간해 후원자분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한다.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 SNS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뭘 듣고 싶어 할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떠든다.
기업에 후원해 달라고 제안서를 보내봤다(아무도 안 해주긴 하더라) 기회가 되면 f2f(거리모금)을 나간다. 내가 후원홍보실을 맡기 1년 전까지 인하우스 거리모금 담당자들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비용이었겠지 싶다. 거리모금 수익성이 낮았을까, 성과가 나지 않았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거리모금 담당자들은 더 이상 거리모금을 하지 않았다. 그럼 뭘 했을까?
단발성으로 잠깐 방문하는 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보다 더 적다. 비전문 영역의 단순 노동을 해야 하니 기관들과 의논하여 일할 거리를 만들어 낸다. 사실 요즘 같은 자동화 시기에는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발로 밟아 이불을 빨고 하는 봉사는 필요가 없다. 기계가 빤다. 다 기계가 한다.
예전 후원홍보실은 세 개의 팀이었다. 후원관리팀, 후원개발팀, 홍보팀. 처음 맡았을 때 후원개발과 홍보는 함께 되어야 한다고 대표님께 말씀드려 하나로 합쳤다. 2년쯤 지나서 관리도 함께 맡아서 하면서 드디어 후원홍보실이 완성되었다. 많던 인력은 다 줄었고 현재는 3개 팀을 합쳤는데 나를 포함 6명이다. 모금 담당자도 없는 작은 비영리단체에 비하면 많은 숫자이고 사업예산이 비슷한 규모의 단체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이다.
처음 후원홍보실을 맡고 사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처음 하는 일이었고(십여 년 전에 3년 정도 비영리에서 모금을 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단체는 워낙 후원사도 많았고 기업이 좋아하는 봉사와 모금 상품이 탄탄해서 딱히 뭘 안 해도 후원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엔젤스헤이븐은 엄청 오래된 조직에 (장단점이 있다) 장애인 그중에서도 발달장애인 전문 기관이었다. 어찌나 막막하던지.
일단 돈이 안 들어가는 일을 먼저 시작해 본다. 예산이 없었으므로.
오래된 기관이라 오래된 후원자도 많았고 한 번도 후원금을 증액해 달라거나 뭔가 추가로 요구한 적이 없어서 많은 후원자들이 소액(1만 원 이하) 후원자들이었다. 용기를 내어 콜을 해본다. 잉?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데? 너무나 흔쾌히 증액을 해주신다. 1만 원으로 증액해 주십사 요청을 드렸다. 기존 후원자이니 우리 기관을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고 후원금이 꼭 필요한 사업을 설명드리니 1만 원까지는 쉽게 후원을 올려주신다.
그럼 1만 원 후원자를 3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 가능할까? 물가도 많이 올랐고 다른 기관은 결연후원 기본이 5만 원이더라. 아무리 그래도 3만 원은 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온갖 걱정에, 고민에, 해보지도 않고 팀원들과 나는 하자, 말자 열나게 토론을 하다가 결국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해봐야 맞는지 알 테니까.' 그래서 해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성공이었다.
작은 비영리단체 모금 담당자들이여!!
>> 인사이트 : 해봐라. 후원 요청은 해봐야 한다. 후원금액에 후원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후원자 성향과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여담으로 처음 후원홍보실을 맡으면서 기존 후원자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성향을 파악해 보려고 몇 명 안 되는 후원자 데이터를 이리저리 다 만져봤다. 성별, 나이, 지역으로 나눠도 보고 후원기간, 후원금액을 보고 우리의 후원자를 파악해 보려고 했다.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후원을 가장 많이 하는 나이대는? 여자가 더 많이 후원을 할까? 잘 사는 동네는 마음이 더 너그럽지 않을까? 다 틀렸다. 결론은 후원자들마다 모두 달랐다. 후원을 시작하는 동기가 비슷할 수는 있으나 다 같을 수는 없었고, 잘 사는 동네라고 더 자애롭지 않았다. 후원을 요청하기 전에 후원자를 마음대로 판단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