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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귀자씨 Feb 19. 2022

시간이 느리게 흐른 하루

어제 아이가 3개월 전까지 다니던 서울의 유치원에서 사진 100여 장을 보내왔다. 6세반 중간에 전학 갔는데도 수료식 일정에 맞춰 아이의 활동 사진을 보내준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인연이다.


노트북에 사진을 띄우고 와이프와 함께 봤다. 아이가 빨리 크다 보니 몇 달 전 장면들인데도 몇 년 전처럼 아득했다. 거의 모든 사진에서 마스크가 아이 얼굴 절반을 가렸다. 새삼 이 시절이 짜증 났다. 우리 육아의 추억도 절반쯤 덮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이 눈이 활짝 웃는 사진에선 우리 눈도 활짝 웃었다. 승부를 내는 게임 활동 사진에선 박수를 치며 깔깔 웃었다. 부모만 알아볼 수 있는 아이 특유의 승부욕이 눈가에 도사려서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말이 옳았다. 아이와 더 자주 눈을 마주치기로 했다.


국대급 수도꼭지인 와이프는 사진을 보다가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그리워 울고 동네가 그리워 또 울었다. 그래도 처음 세종에 내려왔을 땐 갓 이민 온 동포처럼 흐느끼더니, 이젠 제법 익숙해졌는지 눈물만 핑글 맺어 내 죄책감이 덜했다.


예기치 못한 사진 선물에 나도 잠시 감상에 빠졌다. 한겨울이 지나가는 이맘때면 광화문 회사에서 평창동 집까지 걷기 좋았다. 경복궁역 먹자골목 앞 취객들을 구경하며 자하문터널 가까이 걷다 보면 세상이 고요해졌다.


통상 청와대 분수대 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북악산 자락 부암동 언덕을 탔는데, 가끔 그 루트가 힘들면 차선책으로 청운동 벽산빌라 단지를 관통했다. 단지 뒤편 높은 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윤동주 시인 언덕이 나왔다.


부암동에서 구기동으로 내려가면서는 습관적으로 천진포자  작은 술집 내부를 확인했다.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술집에 가지도 않으면서 지나갈 때마다 망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다. 부암동길 걷는 기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뭇잎스시도 꼰떼도 꼭 체크하고 지나갔다.


국장이 말한 세종 근무 기간은 2, 2023 말까지다. 2024년에는 우리 가족이 다시 서울에 . 2 금방 간다고 했는데, 어제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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