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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Oct 04. 2023

마가렛 수녀의 선종(善終) 앞에

40년 동안 한센병 환자를 돌본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님에게

<Poem_story>


선종(善終), 거룩한 죽음.

 

나이 들어 더 이상 한센인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고국 오스트리아로 귀국한다는 편지 한 장 남기고,

2005년 11월 21일 소록도(小鹿島)를 떠난 마리안느 스퇴가(Marianne Stoger)와 마가렛 피시렉(Margareth Pissarek) 수녀님.

 그분 중 마가렛 피시렉 수녀님께서 88세로 선종하셨고, 마리안느 스퇴가 수녀님 마저 투병 중이라는 소식에 안타까움이 이 가을 같습니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 인스블루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빛으로 내려 준 성령에 따라 꽃다운 나이 20대 때 밟은 한국 땅, 그것도 한센인인 사는 천형(天刑)의 섬이라는 소록도에 오셔서, 40년 동안 차별과 고통을 받던 한센인을 위해 곪은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상처 입은 마음에 사랑을 바르고 보살피다,

 나이 들어 한센인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귀국한다는 편지 한 장 남기고, 흑백사진 같은 낡은 가방만 들고 홀연히 소록도를 떠난 두 분의 수녀님.


 박애정신이 무엇인지, 참봉사, 참사랑이 무엇인지 가슴에 새기게 해 준 분, 귀국 후 늘 건강하시고 성모마리아 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하였음에도, 끝내 88세로 마가렛 피시렉 수녀님이 먼저 선종하셨다는 보도를 보게 되니 그분들의 삶도 애처롭다는 생각입니다.




<소록도를 떠난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요

푸른 하늘 가슴에 안고, 아름다운 꽃을 가슴에 안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입니다.     

소록도에서 40년 동안 한센병 환자를 위해 사랑을 나누다가  

나이가 드니 한센인을 위해 일을 할 수 없어

부담 주기 전 떠나야 한다는 편지 한 장 아니,

사랑의 한 소절 남기고 먼 조국으로 떠났었지요.       


떠남은 낙엽

지에 뒹굴지만 내년의 밀회를 즐길 수 있음이요,

새로운 밀알로 싹을 틔우는,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숭고한 작업.  

그들의 떠남은 낙엽이지요.  

    

20대 꽃다운 청춘에

소록도에 오시어 가녀린 손으로 한센인의 곪은 상처에,

아니 멍들고 버려진 가슴들에 사랑의 연고를 바르고,

상심을 치유하던 그분 들이 반세기를 보낸 후

낡은 엽서 같은, 흑백사진처럼 해진 가방을 들고

귀국길에 올랐었습니다.     


그 섬,

외로운 섬,

작은 사슴이 헐떡이며 상처받던 섬에,

생의 가치와 사랑의 불빛을 쏘아낸 그들은

여전히 등대이지요.

마가렛 피사렉 수녀님의 선종은 이 가을 낙엽이지요.


오... 엎드려 엎드려 감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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