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더 이상 한센인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고국 오스트리아로 귀국한다는 편지 한 장 남기고,
2005년 11월 21일 소록도(小鹿島)를 떠난 마리안느 스퇴가(Marianne Stoger)와 마가렛 피시렉(Margareth Pissarek) 수녀님.
그분 중 마가렛 피시렉 수녀님께서 88세로 선종하셨고, 마리안느 스퇴가 수녀님 마저 투병 중이라는 소식에 안타까움이 이 가을 같습니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 인스블루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빛으로 내려 준 성령에 따라 꽃다운 나이 20대 때 밟은 한국 땅, 그것도 한센인인 사는 천형(天刑)의 섬이라는 소록도에 오셔서, 40년 동안 차별과 고통을 받던 한센인을 위해 곪은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상처 입은 마음에 사랑을 바르고 보살피다,
나이 들어 한센인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귀국한다는 편지 한 장 남기고, 흑백사진 같은 낡은 가방만 들고 홀연히 소록도를 떠난 두 분의 수녀님.
박애정신이 무엇인지, 참봉사, 참사랑이 무엇인지 가슴에 새기게 해 준 분, 귀국 후 늘 건강하시고 성모마리아 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하였음에도, 끝내 88세로 마가렛 피시렉 수녀님이 먼저 선종하셨다는 보도를 보게 되니 그분들의 삶도 애처롭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