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Story >
회사 홈페이지에 배너 광고처럼, "0000청 K 계장, 본인 상(喪)"이라고 업로드되었다. 나이도 40대인 직장 후배의 부고(訃告)는 베인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했다.
그 후배는 같은 청, 같은 부서에 함께 근무하진 않았으나, 승진으로 부산에서 서울 본사로 발령나 근무하면서 입사 동기 훈이와 함께 퇴근 후 술 한잔 할 때 우연히 합석하여 웃고 떠들며 놀았고, 그 후 가끔 사내 메신저로 근황을 왕래해 오던 중, 본인이 아내와 초등학생, 중학생 등 두 아이를 두고 지병으로 사망하였다는 부고를 접한 것이다.
다행히 K 후배가 사망하기 전, 전국 청 직원들의 급여에서 각 직급마다 일괄적으로 얼마씩 원천징수하여 십시일반(十匙一飯) 하면 좋겠다는 뜻에서, 서울 본사에서 기획해 전국 청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성금(위로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하기로 결정이 된 후 막 시행되었을 때였다.
본인의 사망으로 불투명한 가족의 생계에 내 위로 한 숟갈 모아주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서 적극 찬성해서 제도가 시행되었고, 전업주부인 미망인과 어린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게 되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후배는 서서히 하늘로 떠나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사망하기 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달하고자 아내에게 편지... 특별한 유서를 써서 주었고, 사망하게 되면 친한 동료를 통해 회사에 가져다주고 홈페이지에 업로드해 달라고 부탁하였단다. 말기암의 쓰라린 고통에도 유서까지 쓰며 죽음을 정리했었던 것인가.
K 후배의 모습을 통해 삶은 물론, 죽음도 미리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주변인에게 슬픔을 줄이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간 것 같고, 호스피스의 중요성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그의 특별한 유서를 보며, 한참 동안 그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나 힘이 들었다.
"이제 제 앞에 새로운 길이 시작되려 합니다”
“동료들의 고마움만 안고 하늘로 가겠습니다”
K후배 누구나 가는 곳에 단지 앞서 간 것 일 뿐,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이기에, 그래서 K 후배가 하늘의 별이 된 슬픔은 잠시 접어 두고자 한다.
<K후배에게 바침>
“이제 제 앞에 새로운 길이 시작되려 합니다.”
“고마움만 안고 하늘로 가겠습니다.”
아름답고 성스런 마음이여
그댄,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날이 빨리고 늦게이고 차이라고 했지요.
그래요
삶은 구름처럼 생겼다가 다시 사라진다고 하지 않던가요
저 황하의 모래알 같은 우리가 찰나(刹那),
눈 깜짝할 시간도 안 되는 우리네 삶을 살고 있기에
조금 일찍 간 것은 그리 많은 간격이 아니므로
훌훌... 떠나는 모습만 기억하게 두시고
먼 하늘나라 가볍게 가십시오.
아쉬운 이별의 슬픔도 잠시이거늘
지친 몸 편안히 누위 시고
이승에서 인연의 연민도 이곳에 두시고
가족들과 못다 한 추억도 잠시 접어두시고
훌훌 털어버리고 영면하십시오.
창문에 턱 괴고도 보이는 저 별무리 중
아프지 않은 샛별로 빛나십시오.
바라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