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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轉換點)

그대가 그대를 속였을 삶

by 대우

<Poem Story>


적금을 깨서 피 같은 돈을 빌려주었음에도 갚지 않는 지인에게 갚아달라 따지러 갔다가, 형편 어려운 지인의 초라함이 걱정되어 포장마차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해 돌아오는 귀가 길이다.


씨X~무능한 밤이다.


자존심이 필요할 때 늘 침묵했으며, 화날 때도 미소가면을 쓰고 웃어주었고, 눈앞의 이익을 쟁취해 내 배를 불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양보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그런 내게 '욕먹고 사는 놈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더라며, 남이 네게 해코지하면 더 큰 해코지로 보복하고, 욕을 하면 더 심한 쌍욕을 하고, 때리면 같이 붙잡고 더 때려 주라'며 모든 것은 다 책임지겠다며 화를 냈었지.


세상 착하기만 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은 어머님의 진리요 유언이 되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천성을 닮아 자식이 인생 손해 보며 살아갈까 봐 안타까워 해준 말이리라.


도로 한켠에서 생선 장사로 힘들게 벌어들인 어머님의 비린내 나는 돈 냄새가 나는 저녁,

딸이 좋아하는 ○○제과점 무화과빵 봉지를 들고 술이 취해 콧노래를 부르며 귀가하는 길이 바보같이 행복했다.


그래 내 삶이 반환점을 한참 지나쳤었도, 이정표는 마침표가 없기에 아직도 진행 중이라 기대되는 내일 내일이다.



<전환점(轉換點)>


삶이 맨발로 먼 길을 걸어었요

차갑게 숨이 차네요

뒤돌아 봅니다.

이제 반환점쯤은까요.

까마득하게 벗어나 있었네요.


상처 입어 누더기 된 삶이었네요

허리 굽혀 숨 가쁘게 살았음에도

아직 이정표가 없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상처 입은 삶, 누더기 된 삶에

희망이란, 의지란 연고를 발라 봅니다.

상처 아물며 새 살 돋듯 반환점이 전환점으로 아물고

그곳에 길이 열리고 이정표 생기면 희미한 선들도 실핏줄로 살아나

종점으로 가볍게 걸어갈수 있겠지요.


그대가 그대를 속였을 삶이라도 아직은 마침표가 없기에

반환점은 전환점이 되네요

매일 내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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