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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요가를 한다

갱년기 극복 어설픈 요가 응원

by 대우

<Poem Story>


무섭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것이 습관이다.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 1시간만 잔 아침에 조깅하러 가고, 비가 억수같이 와도 우산 들고 산길로 나서고, 우비를 입고 미끄러운 도로를 자전거로 질주한다.


그녀는 요즘 갱년기이다. 숨소리만 들어도 눈치챌 수 있다.

묘한 감정, 피로, 무기력으로 힘들어한다.

짧게라도 그런 시기를 먼저 겪었던 나, 절대 걸리적거리지 말아야지.

이때는 이쁜 짓을 해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간섭이 되고 누구든 미워질 것임을 안다.

그러다 폭풍 속에 고요가 있듯 제자리로 편하게 돌아올 것이다.


그녀는 그럴수록 몸을 더 릴랙스 시키기 위해, 피노키오 같은 몸으로 해왔던 서투른 요가나 필라테스로 달려간다.

중년의 갱년기를 견뎌낼 습관이 있음이 다행이다.


그녀의 어설픈 요가를 응원한다.




<그녀가 요가를 한다>


해운대 동백섬 해변

뜬 눈에 반은 에머랄드빛 파도가 치고

뜬 눈에 반은 설 익은 햇살이 눈 부셔요.


채도 탁한 시간 걷어내자

그녀는 부스스한 그대로

바다가 보이는 정자(亭子) 옆 오목하게 비워진 숲길 어디쯤

땀내 배인 매트 펴고 앉아

밤새 움츠려든 근육, 뼈, 핏줄, 몸뚱이 퍼즐 맞추듯

고요한 호흡으로 묵언수행 수도승처럼

이리저리 몸을 길게 늘어뜨려 요가를 한다.


동백섬에서 바라본 해운대 아침

그녀는 수평선 아래로

지친 몸뚱이, 비뚤어진 마음 서서히 내려놓는

요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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