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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Nov 04. 2024

눈물에는 나이가 없다

결혼식을 앞둔 딸의 빈 방을 치우며

<Poem_Story>


태어난 큰 아이가 무리별에서 떨어져 버리고, 너를 가질 때까지 늘 자책했었지.

엄마의 가슴엔 무거운 상처 하나 타투가 되었지.

아마 그때부터일 거야,

엄마는 Poco의 'Sea of Heartbreak'란 노래를 더 좋아하게 되었지.

"상심의 바다",  결 다른  "상심의 바다"


국가직 공무원, 정부의 부름을 받아 새로운 부임지로 묵묵하게 부지런히 이사 녔지.

넌 그럴 때마다 낯선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야.

초등학교를 3번 옮겨 어떤 초등학교 동창회에 졸업생으로 사회생활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너의 푸념에, 여러 지방 친구를 골고루 사귀면 좋은 거라며, 나약한 소리 하지 말라며, 네 세계의 두려움을 이해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공무원 박봉으로 동생 2명을 뒷바라지하는 것도 어려운데, 서울 SKY대학교가 아닌 다른 대학에 간 것을 미안해하며 학교 기숙사나, 가장 싼 고시텔로 전전하고, 학교 매점 등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용돈을 벌며 졸업할 때까지 용돈을 더 달라고 한 번도 조르지 않았던 게 고맙다는 말을 못 했구나.


큰딸,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기에 행복하게 보낸다.

네 방에서 짐이 조금씩 빠져나갈 때마다 그 빈자리에는 허전함만 조금씩 채워지는구나.


엄마는 눈물이 많아진 당신이 결혼식 할 때 질질 짤까 봐 겁난다고 농담을 하네,  그럴지 몰라.


눈물에는 나이가 없고, 중년은 슬픈 노래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결혼식을 앞두고 네 짐이 빠져나간 방에 추억도 하나씩 사라지는  공허.


사랑하는 딸아 아빠가 정말 늙어가나 봐...






  <빈방을 치우며> _ 결혼식을 앞둔 딸의 방을 치우며


이제는 떠나보내도 가볍다.

보낼 시간이 충만해졌고,

비워낼 마음도 감당할 수 있을 때,

행복 채워 줄 사람 네 옆에 서주니

망설임 없이 너를 보낸다.


결혼식을 앞두고 짐 빠진 방을 치우며

태어남으로 얻었던 기쁨,

어린 날 함께 소리쳤던 사랑해란 구덕산 메아리도,  

목말을 태워 십리도 거뜬했던 건장한 젊은 날도,  

추억과 함께 서서히 빠져나간다는 고백

가을 같은 앙상한 마음.


네가 맞춰준 정장을 입고 광을 낸 구두를 신고,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어,

네 사람에게 손을 건네는 성스런 작은 임무로,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될 인연은

채워질 삶의 여백으로 남겨둘게.


사랑하는 딸아,

짐 빠진 방을 치우다 보니 가을 하루가 참 빨리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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