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앞 모퉁이에 자그마한 커피숍이 새로 생겼고, 점심 먹고 지나오는데 커피 냄새가 너무 좋아서커피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은영 팀장은 대표가 부탁을 거절할까 봐,'커피숍 사장님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테이크아웃 드립 커피집이고, 앉아서 마실 테이블도 있고, 바리스타 사장님이 추천해 주는 드립커피 맛은 정말 예술이라'며 겸연쩍게 부연 설명까지 해댔다.
대표는정은영팀장이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부탁이 의아했다.
은영 팀장은사무실에서도 말수가 적고, 힘든 일은 먼저 알아서 처리하며, 다른 팀장과 업무관계로 충돌할때도 더 이상 논쟁하기 싫어 먼저 사과하는 척 그 자리를 피해 왔고, 무엇을 해달라거나 도와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 적도 없을 정도로 내성적이고 착한 직원임을 알고이었기에, 그녀가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는 부탁에잠시긴장했었다.
은영 팀장은 소심한 성격이라 누구에게 먼저 커피 한잔 하자, 밥 함께 먹자는 그런 제의를 하지 못하나, 프로젝트를 맡기면 기한 내 어떻게든 해내는 업무적으로는프로페셔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대충 하지도 않았고 기획서는 누구보다 완벽했고 프로젝트 관리도 잘 해내기에,대표는 그런 은영 팀장이 필요하다 보니 승진이나 성과급을 떡밥처럼 던지며 가스라이팅 해왔다.
은영 팀장은 며칠 전팀장 회의 중 대표가 지시한프로젝트를제대로 완성시켜보기 위해, 팀원들에게 역할분담을 시켜기획서를 작성해 왔는데,팀원들은 은영 팀장이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한다며왕따 아닌 왕따까지 시켰다.
은영 팀장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꾹꾹 참아내며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나면, 속은 곪을 대로 곪아 터져 버릴 지경이었고, 힘든 시간때만 맞춰 찾아오는 생리통은 더 아팠고 쓰라렸으나, 본인의 승진은 물론 대표나직원들과의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성과는 팀원과 함께 해낸 것이라고치켜세워주곤 했었다.
그런 지긋지긋한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은영 팀장을 숨 막히게 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자는 핑계로 대표와 팩트를 이야기한 후,조언도받고위로도 받고 싶었으나,속에 든 말은 뱉지도 못하고대표와 함께 맛있는 드립커피만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은영 팀장에게는지금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방송 광고처럼 쉼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육체적으로나 특히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은영 팀장은 업무적으로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지말고, 대표 등 누구에게 No라고 할 수 있었야하고, 팀원에게 습관적으로라도 지적하고 화를 낼 수 있는근육도 서서히 키워야 하며, 버릴 것은 버리고 단순함만 머리에 넣는 스몰팅킹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조금씩... 한 발씩...실천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특히 착한 아이 컴프렉스는 쓰레기통에 구겨 던져 버리고, 소소(疎疎)하게 살며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용기가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표님, "프로젝트 잘 마쳤으니 다음 주에 1주일 휴가를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선방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