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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Oct 07. 2024

전환점(轉換點)

그대가 그대를 속였을 삶

<Poem Story>


적금을 깨서 피 같은 돈을 빌려주었음에도 변제하지 않는 지인에게 갚아달라 따지러 갔다가, 형편이 어려운 지인의 초라함이 걱정되어 포장마차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해 돌아오는 길이다.


무능한 밤이다.


자존심이 필요할 때 늘 침묵했으며, 화날 때도 미소가면을 쓰고 웃어주었고, 눈앞의 이익을 쟁취해 내 배를 불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양보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그런 내게  '욕먹고 사는 놈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더라며, 남이 네게 해코지하면 더 큰 해코지로 보복하고, 욕을 하면 더 심한 쌍욕을 하고, 때리면 같이 붙잡고 더 때려 주라'며 화를 냈었다.

세상 착하기만 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은 어머님의 진리였고 유언처럼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당신의 천성을 닮아 자식이 인생 손해 보며 살아갈까 봐 안타까워 해준 말이리라.  


어머니 저도 상대방에게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고, 쌍욕도 잘하고, 주먹으로 팰 힘도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 같은 학교 학생을 두들겨 패 등교시간에 파출소 경찰관에게 잡혀갔고, 경찰서 무슨 위원회 위원이라는 상대방 부친의 부탁을  받은 경찰관이, 폭행사건으로 구속을 시키니 학교를 못 다니게 하겠니 등 겁을 주자 벌벌 떨고 머리를 조아리며 자식이 고등학교라도 졸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울먹이는 어머니를 보았고,

도로  한켠에서 며칠 동안 생선 장사로 힘들게 벌어들인 비린내 나는 돈으로 합의금과 파출소 직원 식사비를 주고 파출소장 훈방으로 풀려난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까지 좋아했던 짜장면 내기 당구조차 치지 않을 정도로 착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어머님은 모르셨을 거다.


딸이 좋아하는 ○○제과점 무화과 봉지를 들고 술이 취해 콧노래를 부르며 귀가하는 길이 행복했다.


어머님의 진리를 늘 가슴에 품었기에 내가 나를 속여가며 착한 매미처럼 아직도 직장에 붙어 먹고살고 있고, 식구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보금자리 마련하랴, 아이 키우랴, 개인연금저축 하랴 바쁘게 다 보니 반환점 한참 지나쳤음을 잊고 살았다.


그래도 내 삶의 이정표는 마침표가 없기에 아직도 진행 중이라 기대되는 내일 내일이다.




    

    <전환점(轉換點)>


삶이 맨발로 먼 길을 걸어었요

차갑게 숨이 차네요

뒤돌아 봅니다.

이제 반환점쯤은 될까요.

까마득하게 벗어나 있었네요.


상처 입어 누더기 된 삶이었네요

허리 굽혀 숨 가쁘게 살았음에도

아직 이정표가 없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상처 입은 삶, 누더기 된 삶에

희망이란, 의지란 연고를 발라 봅니다.

상처 아물며 새 살 돋

반환점이 전환점으로 아물고

그곳에 길이 열리고 이정표 생기면

희미한 선들이 실핏줄로 살아나

종점으로 가볍게 걸어갈 거예요.


그대가 그대를 속였을 삶이라도

아직은 마침표가 없기에

반환점전환점이 되네요

매일 내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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