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나도 돈 좀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움츠러들 무렵이라,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역행자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조언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부푼 마음에 수천만 원을 덜컥 송금할 때만 해도, 가슴은 두근거렸다. 미래는 장밋빛일 줄 알았다. 그러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년이었다.
나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투자 실패 이야기다. 드라마 같은 반전, 특별한 에피소드 따위는 없다. 그냥 돈이 눈 녹듯 사라진 게 전부다. 실패는 정해진 결말이었다. 별다른 고민도, 준비도 없이 한참 어린 후배를 믿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나는 그저 가끔 식당에 들러 메뉴를 주문하고, 주방에 들어가 격려하고, 에누리 없이 전액 음식값을 결제하고, 가게를 나와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같이 온 지인에게 자랑하는 게 다였다. 그러고 보니, 투자금만 날린 게 아니었다. 사람도 잃었다. 배도 고프지 않은데, 괜히 먼 길을 돌아 일부러 가게에 들른 적도 많았으니, 식비와 교통비도 평소보다 몇 곱절은 더 들었을 터다. 실패 경험에 대한 수업료치고는 너무 크고, 썼다.
프랜차이즈 창업 실패담이 100% 나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처음 안내받았던 내용과는 달리, 판매가 대비 원재료 구매 비율도 높았고, 배달 수수료도 부담됐다. 본사에서 파견하는 슈퍼바이저가 아르바이트 공백기를 메꾸어 주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도움을 줄 거라는 약속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대리경영은 한계가 분명했다.
많은 직장인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카페 사장님을 꿈꾼다. 장사가 잘될지 확신이 없기에, 당분간 사표는 내지 않고, 월매출이 안정세에 이르면, 비로소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매일 저녁 우아하게 매출전표를 챙기는 사장님이 되는 모습을 상상한다. 내가 직접 커피를 내리거나, 홀서빙하지 않아도, 누군가나를 대신해 알아서 잘 운영해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목숨 걸고 스스로 올-인하지 않는 이상, 운수 좋은 날이 계속되긴 어렵다. 첫 한두 달은 문전성시일 테니, 꿈에서 깨어나 끔찍한 현실을 맞이하기까지 시간만 조금 유예될 뿐이다. 나도 그랬다. 꼭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친다.
전국 커피 전문점 수가 10만 개를 돌파했다. 특히, 저가 커피 브랜드의 가맹점 증가세가 가파르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가맹점 수를 합치면 7천 개가 넘는다고 하니, 거짓말 조금 보태 길을 걷다 잠시만 멈춰 둘러보면, 거리엔 온통 카페뿐이다. 이 정도면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는 건지, 커피숍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창출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이유야 자명하다.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을 창업하는 것이 다른 업종 대비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수천만 원을 투자해 내 가게를 가질 수 있다는 홍보 문구는 솔깃할 만하다. 전국 커피 전문점 수가 10만 개를 돌파한 이유다. 예전에는 퇴직하고 난 후 치킨집 또는 노래방이라고 했는데, 이젠 너도나도 커피숍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최후에 웃는 사장님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돈과 시간, 에너지, 그리고 영혼까지 모두 갈아 넣은 후에야, 나의 인건비 몇백만 원을 수중에 넣는 게 전부다. 타고난 돈복이 있거나, 가게 자리가 좋은 경우 천만 원 이상을 벌 수도 있지만, 대부분 힘에 부쳐서 제풀에 쓰러진다. 매장 인테리어비용은 감가상각이 워낙 빨라서, 가게를 팔려면 권리금을 잘 받아야 하는데, 월매출이 줄어들기라도 하면, 밖에서는 귀신같이 그 사실을 알아내 가격을 낮춰버린다. 투자비 수천만 원을 수년간 본인 인건비로 계산하면, 결국 남는 건 거의 없다. 아니, 손해만 보지 않았다면, 성공이라 할만하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하긴 쉽지 않으니, 잘되는 누군가에게 ‘스타’라는 칭호를 붙여 주는 것일 터다. 가맹점 운영도 쉽지 않지만, 가맹점의 모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더 어렵다. 사실상 완전경쟁시장이기에같은 메뉴를 취급하는 다른 회사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버티는 일도 만만치 않고,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을 관리하는 것도 힘겹다.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본사와 가맹점 간 원가 분담률 배분 문제, 가맹점 간 매출 편차 문제, 본사가 운영 중인 다른 브랜드와의 이익충돌 또는 경쟁 가능성 등으로 인해 갈등 발생은 불가피하다. 양측 모두에게 공정하고, 가맹점 간 형평에도 맞는 균질적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대단하다. 창업 후 3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생존해 있다는 건 사실 기적에 가깝다. 단순히 생존한 정도가 아니라, 회사의 총자산과 매출액 등 외형적인 성장세와 현재 성업 중인 브랜드 수, 가맹점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얼마 전, 더본코리아가 증권거래소에 상장심사 예비 청구를 해서 화제였다. 치킨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교촌에프앤비 이후 수년 만에 F&B 회사가 상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불과 몇 개월 전 햄버거 프랜차이즈 회사 맘스터치가 자진해서 상장 폐지한 직후인터라, 세간의 주목도는 더 높아졌다.
그런데, 기업의 가치, 공모예정가, 주식발행 수 같은 주식시장의 일반적인 궁금증보다는, 백종원 대표 개인에게 유독 관심이 쏠린다. 당연하다. 사람들은 그가 곧 회사요, 회사가 곧 그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백종원 대표 개인이 보유 중인 기존 주식 매각은 없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기에, 그나마 그에 대한 비난은 덜 한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지없이 발생했다. 연돈볼카츠 브랜드 가맹점주들의 집단 반발이 불거졌다. 기업상장은 본사와 대표를 비롯한 소수의 주주 배만 불리는 일이니, 그보다는 본사를 믿고 수천만 원, 수억 원을 투자한 가맹점과의 동반성장에 더 집중해 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가맹점을 모집할 때는, 월매출 얼마에 월 수익 얼마가 예상된다고 홍보했는데, 실제 가게를 오픈해 보니, 점주는 기대 이하의 매출로 힘에 겨운데, 담당자는 이제 와 말을 바꾸고, 본사는 꿈에 부풀어 상장에만 신경 쓰는 것 같으니,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장사가 잘되고 못 되는 것을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냐 만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회사를 홍보해서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려는 노력에 앞서, 이미 한 가족이라고 할 수도 있는 가맹점과의 상생 경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억지는 아니다.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이라는 주장은 억지스럽지만, 매출 하락으로 인한 폐업은 본사, 가맹점, 물류회사,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까지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폐업률이 높아지면 사회 전체의 활력과 후생도 감소한다.
가장 큰 논쟁거리는 백종원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 그 자체다. 그는 방송인이자, 요리연구가이자, 골목상권의 수호자이자, 전통시장 부활의 구세주라고까지 불리는 공인임과 동시에, 30년 차 사업가이기도 하다. 본인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오랜시간그는 공익과 사익 추구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회사가 상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업종 특성상 치킨게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회사와 먹거리 시장을 두고 경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K-Food라는 타이틀을 얻어 식음료 제품이나 특정 브랜드를 수출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먼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다. 내수시장에서 정해진 파이를 두고, 단지 백종원보다 조금 덜 유명한 동 업계 CEO들과 먹고 먹히는 싸움을 할 것은 기정사실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도 뜨고, 진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프랜차이즈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로막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볼 대목이다. 한 명의 스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높은 기대감은 오히려 실망감을 키울 수 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기업상장만이 답은 아닐 수도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공인으로서, 그가 숙고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2005년, 이승철은 <열을 세어 보아요>를 발표했다.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A Walk To Remember>의 대표곡이다. 그의 대표 히트곡 중 하나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리고 SG-워너비의 수많은 히트곡을 창작한 조영수가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참고로, 이 노래는 와인(Wine) 애호가로 유명한 그가화이트 와인을 한잔 마신 후 녹음한 곡이기도 하다.
잔잔한 멜로디와 감성을 터치하는 편곡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이승철의 미성과 감성 짙은 보컬 능력이 최고로 빛을 발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는 이별하고서야 알게 된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열을 세어 보고 난 후에 뒤를 돌아봤을 때, 어디에선가 버릇처럼 그대가 날 부를 것만 같아서 한 걸음조차 뗄 수 없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노래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건 아니다. 그러나, <열을 세어 보아요>는 그가 심도 있게 준비한 20주년 기념 앨범의 대표곡이고, 아름다운 선율과 절정의 가창력, 그리고 특별한 가사가 어우러진 좋은 음악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 앨범을 발표할 무렵, 이승철은 <쿠킹 콘서트>라는 요리책도 출간했다. 그의 요리에 대한 깊은 애정과 특별한 관심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타고난 노래꾼인 그가 골프, 스키, 와인, 거기에 요리까지 수준급이라니, 그의 바지런함이 새삼 대단스레느껴진다. 깡통 로봇이라는 별명이 제격이다.
그는 책에서 전통 한식은 물론, 특별한 날의 양식 코스와 퓨전 스타일의 파티 안주까지, 자신만의 맛 내기 비결로 완성한 80여 가지의 메뉴를 소개한다. 기쁨, 열정, 사랑, 여유, 즐거움 등의 주제로 일상의 행복과 어우러진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요리법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편하다. 요리 소개와 함께 적은 짧고 깊이 있는 글은 보너스다.
그의 책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승철도, 그리고 천하의 백종원도 뜻하는 바를 모두 성취하지는 못한다. 스타가 심혈을 기울여 발표한 노래 한 곡, 책 한 권도 성공을 보증하기 어려울진대, 사업은 오죽하겠는가. 대중의 입맛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버킷리스트(소망 목록)를 이루기 위해 음원을 내고, 책을 쓰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는 있지만, 카페를 차리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남들 출근한 시간에 홀로 카페에 앉아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책 한 권 읽으면서, 고급 원두커피 한잔 여유롭게 마시는 상상은,그곳의 손님일 때나 실현할 수 있는 낭만이다.
책 제목처럼 요리로 콘서트를 하려면, 많은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다. 싱어, 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 코러스, 조명, 음향, 댄서, 누구 하나라도 삐끗하면, 그날 공연이 <마지막 콘서트>가 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마찬가지다. 본사의 백종원 대표님, 가맹점의 김철수 사장님 간의 조화, 믿음, 그리고 양보와 희생이 필수적이다. <열을 세어 보아요>의 노랫말처럼,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숫자도 세어 보고,때로는 '뒤로 걷는 연습'도 해야 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설 때 떠나간 연인이 돌아올 수 있다. 행여,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미움의 자리에는 그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