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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과 나> 출간하다

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by 임요세프 Jan 30. 2025

마침내, 출간작가라는 오랜 꿈을 이루었다. 최근 1년여간 가수 이승철이 발표한 노래들을 소재삼아 <Never Ending Story>라는 제목으로 글들을 연재했는데, 그게 출간으로 이어진 거다. 사실, 그동안 다른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의 수준 높은 글들과, 보잘것없는 내 글이 대비되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도 민망함을 무릅쓰고 꾸준히 글들을 써 내려간 데 대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거절의 연속이었다. 스무 군데 이상의 출판사로부터 출간이 어렵다는 메일을 받았다. 답장에는 내가 마음의 상처를 덜 받게 하려는 그들의 배려심이 담겨 있었다. "보내주신 원고가 출판사의 편집방향과 맞지 않다"는 문구가 그것이다. 물론, 이 문단이 작가에 대한 '인정'이라기보단 업계의 '관습적 표현'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도 <나의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특별히 좌절하지는 않았다. 짧은 후유증을 뒤로하고 자연스레 마음을 접으려던 차에, 어느 출판사로부터 뜻밖의 메일을 받았다.


"금융 전문가의 시선이 담긴 음악 에세이로 출간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계약금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신기했다. 심장이 요동을 쳤다. 그러나, 아뿔싸! 글의 말 "책이 몇 천권 이상 팔리지 않는 경우 저자가 책을 재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말로만 듣던 자비출판 제안이었다. 출판사는 특유의 글기술로 나를 <들었다 놨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내가 바라던 출간이 이런 식은 아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또 어떻게든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자기 합리화가 점점 커져갔다. 어차피 돈 벌려고 글 쓰는 것도 아닌데, 돈 좀 쓰더라도 이 세상에 나의 기록을 '책'으로 남길 수 있다면, 몇 백만 원 정도 플렉스하는 건 좋은 소비 아니겠냐는 결론이었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얼추 2백만 원이면 충분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인맥을 총동원하고, 주변 사람들 좀 괴롭히면 몇 백권 정도는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감과 위로를 목적으로 글을 쓴다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마저 불편함을 주려는 꼴이라니!


하마터면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멀어 목적과 수단이 제대로 뒤바뀔 터였다. 출간 계약서를 작성해 전송하려던 찰나,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제야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해를 구다.


담금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순간,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기적이 일어났다. '브레인 스토어' 출판사에서 뒤늦은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재작년, 지인의 소개로 나의 첫 졸저 <오늘 만난 CEO> 원고를 보낸 적이 있다. 지인 찬스도 썼겠다, 메타인지(자기 객관화)도 부족하겠다, 출간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착각>했었다. 그러나, 역시 출판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설익은 저자, 부족한 원고에 대한 출판 거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겸손은 미덕이라지만, 누군가에게 겸손은 의무다.


그러나, 그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스스로에게 1년 여의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하고 싶었다. 보잘것없을지언정, 결과물을 내어 놓아야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준은 둘째였다. 그리하여 초등학교 학급문고 같다는 아내의 따끔한 질책을 들으면서도 꾸역꾸역 <오늘 만난 CEO>를 발간했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플랫폼, '부크크'라는 출판사, 한없이 너그러운 브런치 스토리 '구독자' 분들 덕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는 '브레인 스토어' 대표에게 호기로운 편지를 보냈다. 지난번 원고는 거절당했지만, 1년 후에는 이승철 에세이로 다시 도전하겠노라고 말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이승철의 노래들을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그 순간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용했던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생생하게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마흔 후반까지의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다 이루어진 것 아니다. 그러나, 사는 동안 성취한 모든 결과물들은 하나같이 말하고, 바라고, 생각하던 것들이었다. 행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돌아보건대 굵직굵직한 삶의 성취들은 모두 간절히 꿈꾸던 것들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 나의 당찬 포부에 출판사 대표도 '흥미 있는 소재'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이승철과 나>는 이렇게 시작됐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이승철의 오랜 팬이었을지 모른다. 아직 얼굴 한 번 본적, 목소리 한 번 들어본 적도 없지만, 분명 교감(交感)하는 부분있었으리라. 우리가 동갑내기라는 사실이 내게 행운이었을 수도 있다. 간절함, 행운,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나의 오래된 꿈은 현실이 되었다.   


<이승철과 나>라는 제목은 민망하기 그지없다. 비범인(非凡人)과 범인(凡人)을 일대일(1:1)로 대응시키다니, 부담감이 크다. '노래가 삶이 되어' 정도의 제목을 생각했는데, 출판사의 의지가 강했다. 책의 전면에 유명 가수의 이름을 드러내 어그로(aggro)를 끌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쉬이 예상된다. 행여 가수 이승철이 직접 쓴 자전적 에세이로 오해받거나, 소속사로부터 왜 미리 협의하지 않고 출판했느냐는 컴플레인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일부 동료들의 험담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다. 적잖은 세월을 살면서 깨닫게 된 삶의 지혜와 아티스트를 향한 오랜 팬심을 담아 진심으로 써 내려간 글이니, 후회는 없다. 데뷔 40주년을 앞둔 가수 이승철에 대한 헌정(Tribute)의 뜻도 담겨 있으니, 의미가 전혀 없는 책은 아니리라. 할까 말까 망설여지면 하는  맞.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통해 성숙한다 점, 그리고 꾸준함과 성실함최고의 성공 덕목이라는 측면에서 인생의 가수 이승철은 길라잡이로서도 제격이다. 신주신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 사는 그가 부럽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특별하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면서 살 일이다.


그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를 안다. 그래서 이 을 썼다. 무명인이 유명해지기 위해 책을 낸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의 연속인 것 같은 어느 40대 가장의 삶도 <뒤돌아보면>, 말하고! 바라고! 생각한 대로! 이룬 것들의 총체임을 상기시키기고 싶었다.


이승철과 부활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 공감하기를 바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그의 음악과 함께할 수 있어서 다. 머지않아 그와 식사 한 끼, 커피 한 잔 할 날 오리라 믿다. 도전(Trial)이라는 선물, 시련(Error)이라는 열매가, 결국 부활(Born again)이라는 역사를 만다.


희로애락이 뒤섞인 우리네 인생은 저마다의 빛나는 배경음악들이 있다. <이승철과 나>는 인생의 주제곡을 가진 모든 이들을 위한 인생 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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