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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샐리 Sep 30. 2021

사회 초년생,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에 가다

혈혈단신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런칭


1인 100역의 스타트업 런쳐로서의 도전




사회과학과 중국어를 복수전공하며 취업이란 나와 아주 먼 세계라고 생각하던 대학교 시절.

사회과학 졸업생들은 대부분 고시를 준비하고 방송언론계 취업을 준비하던 것을 봐오면서, 졸업하면 뭘 해야 하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졸업을 유예하고 인턴을 찾다가 운 좋게 대기업 신사업 부서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여러 국내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들을 분석하고 신규 사업 모델을 기획하는 일을 했었다. 졸업 후 컨설팅에서 인턴을 하며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을 중점으로 해외 시장 동향 분석을 하였다. 지금 돌아보면 이때의 프로젝트들이 이후 커리어 방향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컨설팅 인턴이 끝나갈 때쯤, 아주 흥미로운 리크루팅 공고를 보게 되었다. 총 1조 원가량의 투자금을 받아 글로벌 확장을 준비 중이던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개발 인턴 공고.


궁금하면 참을 수 없는 성격이기에, 안되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한 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넣게 되었고 두 번의 면접 끝에 합격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컨설팅에서 정규직 전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을 때라, 초년생이 바로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이야기했음에도, 왜 이 사업이 이렇게 핫한지, 나도 해보고 싶다 라는 궁금증으로 시작된 스타트업 도전기.


International Expansion Team 헤드인 영국인 보스 아래 12개의 국가 런쳐(Launcher)들로 이루어진 팀에서, 한국 시장을 맡아 시장 개척을 위하여 전략부터 지자체 대관업무와 기업 파트너십 체결  얼떨결에 혼자서 1 100역의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오피스도 없어 철저한 재택근무로 카페에서 노트북을 부여잡고 매일매일 밤늦게까지 혼자 야근하던 일상. 동료들은 북미, 남미, 북유럽, 서유럽, 동유럽, 동남아, 일본 등으로 나뉘어 시차 때문에 미팅을  12시에 하기도 하고, 아침 7시에 하기도 했었다.

 

대기업에서 1/100의 업무를 맡아 자료조사만 하여 윗사람에게 보내던 것과는 다르게, 혼자서 사업 론칭 아이디어도 짜 보고, 콜드 메일 콜드 콜을 돌리면서 어떻게든 미팅을 잡아보고자 힘써보기도 하고, 주변의 커넥션의 도움을 받아 지자체 공무원, 대기업과 미팅을 잡을 수 있었다.


20대 중반의 여성이 40대 남성으로 가득한 지자체 부서 오피스에 나타났을 때 다들 짓던 “이 아이는 누구? 혼자 왔니?”라는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린 티 내지 않으려 미팅 준비도 꼼꼼히 하고, 말투도 다나까로 통일하고, 자료도 넉넉히 준비하여 발표한 후에 생각보다 시니컬한 반응에 낙심하기도 하고, 조금 잘 풀린 곳은 본사에 리포트해서 보스가 한국에 출장 오기를 푸시했었다.


다행히도 5개월간의 고군분투 끝에 지자체와 사업 체결을 약속하고 MOU 협약식을 올리게 되었다. 마켓 잠재력과 론칭 전략 등을 보고한 후 CEO로부터 한국시장 론칭에 greenlight를 받고 본격적으로 론칭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 법인 설립, 법무 리스크 해결, asset 수입, 파트너 계약, 물류 운송 준비, 앱 현지화 기획, PR 플래닝, 마케팅, 팀 리크루팅 등 아주 여러 방면으로 초고속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스타트업 라이프. 한참 스타트업의 agile, lean growth가 핫하던 시절, 운 좋게도 직접 스타트업의 빠른 실행력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많을 걸 어떻게 해냈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3개월간 런칭 준비가 아주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한국 팀이 세팅되기 전에는 혈혈단신으로 혼자 일했기 때문에, 주로 메신저로 다른 나라의 런쳐들과 매일 서로의 런칭 상황을 공유하면서 매우 친해졌고, 일하느라 살쪄서 바지가 안 맞는다, 프로필 사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런칭 트레이닝으로 본사에서 다 같이 모일 기회가 생겨 런칭이 확정된 몇몇 나라의 런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음에도 그동안 온라인으로 연락을 너무 많이 주고받은 사이라 이미 말이 잘 통하는 회사 베프가 되어있었다. 인터네셔널 팀에는 소위 말하는 브레인이 많아, MBA 출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커리어를 쌓은 동기, 대학 졸업도 안 했는데 이미 영국 런칭을 한 동기 등 다양한 배경, 나이대의 똑똑한 열정 넘친 동기들과 함께 일했다.

트레이닝 후 본사, 글로벌 직원들이랑 중식당에서 저녁 먹고 찍은 그룹 사진


한국 시장 런칭 이후 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여러 시장으로 동시에 공격적으로 확장을 하다 보니 본사에서 파이낸스 관련되어 점점 컨트롤을 하기 시작했고, 중간에 런칭이 중단되거나, 성과가 좋지 않은 도시들은 사업 철수가 결정되어 능력 있는 친구들은 하나 둘 다른 회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한국 지사에서 여러 struggle을 겪기도 하였고, 젊은 에너지와 해내고자 하는 오기로 스스로를 밀어붙여 런칭을 경험했다 보니,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예전의 그 미친 바쁨과 성취감의 짜릿함이 그리웠다. 그리고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커리어를 쌓는 브레인 동기들과 일하다 보니, 나도 해외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도전의 욕구가 마음속에서 점점 커졌다.


여러 동기들에게 해외취업 준비과정은 어떤지, 생활은 어떠한지 물어보며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많은 응원을 받은 뒤 결심했다.

나도 해외로 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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