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준비까지의 과정
글로벌 인재를 꿈꿔온 90년대생의
해외취업 도전기
졸업 후 대기업과 컨설팅에서 인턴을 하였고, 인턴이 끝나갈 무렵 해외 확장 중이던 중국계 유니콘 스타트업에 입사하여 한국 비즈니스 셋업, 사업 개발, 서비스 런칭 준비 등의 여러 가지 업무들을 1인 대표로 맡아서 해오다가, 비즈니스 정식 런칭 이후 팀도 꾸리게 되어 그 후에는 서비스 운영 및 그로스 전략을 중점으로 일을 했었다.
아쉽게도 만으로 2년 정도 지났을 때쯤, 회사가 인수 합병되어 아쉽게도 한국시장에서 정리될 거라고 글로벌에서 메시지가 나왔었다. 스타트업의 폭풍 성장을 겪어본 경험자로서 한국에서 일을 계속하는 것보다 시장 자체가 성장기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에 이직 준비하는 거, 해외로도 이력서를 넣어보자 했다. 한국과 1시간 반 거리인 중국으로.
이직 준비는 크게 4단계로 나누어졌다, 1. 가고 싶은 회사 리서치 및 리스트업, 2. 레쥬메 수정, 3. 포지션 지원, 4. 면접 준비
1. 가고 싶은 회사 리서치 및 리스트업
우선 링크드인에서 회사 이름을 검색하여 동료들을 모두 친구 추가했다. 프로필을 살펴보면서 이직한 동료들이 대략 어느 회사로 갔는지 파악한 후, 그중 내가 가고 싶은 회사들을 적어놨다.
이 외에도 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들 (알리바바 계열, 텐센트 계열, 미국계/유럽계 회사 등)의 사이트/링크드인에 들어가서 오픈 포지션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눈여겨보고 장바구니에 추가하듯이 리스트에 적어 넣었다. 그리고 indeed.com (주로 외국계 회사 공고가 뜨는 곳)에 내가 원하는 도시와 직무 키워드를 입력해 알람을 설정해 받아보았다.
이렇게 세 가지 방법으로 관심 있는 포지션들의 데이터(?)를 모아나가면서 엑셀 시트에 포지션 명, 회사 명, 요구 경력 년수, 근무지, apply 웹사이트 링크, 추가 코멘트 등으로 나누어 리스트업 하기 시작했다. 정리하다 보니 주로 상하이, 베이징, 항저우, 선전으로 나누어졌고, 선전은 거의 게이밍 혹은 제조업 기반 기업이 많았고 도시 자체도 가본 적이 없어서 우선순위를 제일 낮게 매겼다. 제일가고 싶은 곳은 상하이!
2. 레쥬메 수정
여러 포지션의 Job Description을 공부하면서 내가 해온 업무들을 조금 더 멋지게 포장할 표현방법들을 익혀나가게 되었고, 레쥬메를 몇 번이나 갈아치웠다. 처음에는 내가 했던 것이 Business Development였다고 (말 그대로 사업개발) 생각했던 것이, 여러 회사들의 BD롤의 요구사항을 보면서 BD는 커넥션을 베이스로 사업 딜 체결하고 파트너십 만들어 나가는 포지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해외에 간다면 커넥션이라고는 0일 테니, 내가 큰 밸류가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BD를 중심으로 썼던 레쥬메도 Strategic Operation 쪽으로 더 집중하여 써 내려갔다.
Operation이라는 직무도 그 이전에는 물류,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이 사업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장비, 창고 등의 관리/운영이라던지 비용관리와 같은 업무들을 맡아서 하는 롤이 주였지만, 점점 온디맨드 비즈니스들이 보편화되면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오퍼레이션, 예를 들어 asset 관리, CS 고객응대, 유저 관리, 비용관리 등을 폭넓게 맡아서 하는 롤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여러 회사들의 Operation manager관련 공고를 보면서 내가 해온 업무들이 이렇게 연관이 되어있구나라고 깨닫기도 하였고, 내가 주로 맡아온 유저베이스 성장 및 수익화 관련 전략 운영 쪽으로 더 자세히 레쥬메를 수정했다.
3. 포지션 지원
레쥬메를 한바탕 고치고, 직무 리스트업 파일에 있는 곳 한 군데씩 지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레주메를 뿌리듯 넣었다가, 일주일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회사/직무별로 tailor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회사 A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경력이 디지털 프로덕트면, 내가 해온 업무를 디지털 마케팅 쪽으로 연관 지어 포커스를 잡아서 내고, 회사 B는 해외시장 진출/관리 경력을 우선시했다면, 내가 초반에 속한 International Expansion Team에서의 업무를 조금 더 자세히 써서 지원했다.
레쥬메 준비 및 포지션 지원 시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 제네럴 한 버전도 준비하고, 원하는 직무/회사별로 조금씩 다듬어서 apply 해야 된다는 것!
처음부터 이렇게 준비를 해왔다면 심적으로 편했겠지만, 깜깜무소식인 상태에서 지원을 너무 마구잡이식으로 했다는 걸 깨달은 후에 급하게 고치니 새벽 늦게까지 눈에 불을 켜고 레쥬메를 다듬어서 조금 피곤했다.
포지션 지원 시 또 중요한 것은, referral이다. 외국계 회사뿐만 아니라 중국 회사들도 내부 추천을 받으면 서류통과가 아주 빠르게 진행된다.
링크드인에서 열심히 찾은 이직한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물으면서, 나도 이직 준비 중인데 너희 회사에 관심이 있어서 혹시 이력서 추천 가능하니? 하면 내부 리크루팅 사이트 링크를 주거나, HR에 이력서를 추천해준다.
그 외에도 너무 관심 가는 직무가 있는데 아무런 커넥션이 없었어서, 무작정 그 회사의 해당 부서의 사람들에게 링크드인 친구 요청을 쭉 보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타인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도와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자기소개와 최근에 열린 포지션에 관심이 있다고 표현하며 이력서를 동봉하여 쪽지를 보냈다. 운 좋게도 인심 좋은 여성분이 이력서를 하이어링 매니저한테 추천해주어 인터뷰를 갖게 되었다.
4. 면접 준비
아마 15군데 정도 지원을 했었는데, 그중 조금 더 공을 들인 곳과 내부 추천을 받은 3개의 포지션에 면접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 면접은 HR과 하는데, 어떤 회사는 아주 짧게 자기소개식으로 진행이 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정식적인 면접처럼 진행이 된다. 살짝 당황스러웠던 것은 물론 영어가 많이 쓰이는 기업이지만 다들 중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어로 면접을 진행하기를 원한다.
첫 콜 이후에 중국어 면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레쥬메를 중문 버전으로 고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면접 시간을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중국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을 때라 시간 여유가 없어 구글 번역기로도 돌리고, 너무 어색한 문장이 있을까 봐 중국 친구들한테도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보겠냐고 확인을 부탁했다.
그리고 아주 보편적인 인터뷰 질문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답안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경력 설명, 해당 직무에 관심 있는 이유, 중국에 오고 싶은 이유,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지 등…
그렇게 나의 떨리는 해외 취업 면접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