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wover Feb 18. 2021

브랜딩은 프리랜서에게만 필요할까?

옆 부서에서 자꾸 찾아오는 사람이 되는 방법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운지라, ‘그거 제가 했어요’ ‘제 아이디어입니다’ ‘제가 쓴 글이에요’ ‘제가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얘기를 잘 못했었다.(사실 여전히 잘 못한다) 뭐 어찌어찌 돌고 돌다 보면 다들 알게 되겠지.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남자 친구가 그런 나를 살짝(?) 답답해하면서 자기 얘기를 해줬다.

데이터 팀을 새롭게 꾸리며 데이터 전문가로 스카우트되어 한 회사에 들어갔을 때 이야기다. 데이터 전문가라고 고용을 했으니 그 회사 사람들이 데이터 관련 전문가가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당연히 자기를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웬걸? 데이터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자기에게 자문 요청이 오는 대신, 어떤 데이터 새내기에게 그 요청이 갔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요즘 데이터 공부를 하고 있어!’라고 ‘알리고 다녔던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이 필요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 경우였다. 남자 친구는 그 당시에는 ‘떠오르는 사람’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타 부서 사람들과 같이 일할 기회가 있으면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상대방이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힘썼고, 그제야 비로소 ‘떠오르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프리랜서만 브랜딩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직무가 쪼개지고 나눠지고,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고,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직무가 쑥쑥 자라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주변에 열심히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무언가 참 바빠 보이는데 쟤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앤지는 잘 모르겠네..?’ 하면 실패. 어떤 일이 들어왔을 때, ‘오 여기에 이 일은 그 사람한테 부탁하면 되겠는데? 그 사람이 저번에 이러이러한 일을 했다고 했었는데!!??” 하면 성공이다.


포트폴리오가 늘 준비되어있다면 좋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누구나 볼 수 있고 링크로 쉽게 전달할 수 있으며, 이미 콘텐츠가 어느 정도 쌓인 플랫폼이 있다면 더 좋다.

나 같은 경우도 혼자 슬금슬금 운영하던 인스타그램이 첫 번째 포트폴리오가 되어 다음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게 되었고, 그 두 개가 다시 내 포트폴리오가 되어 그다음 인스타그램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일을 할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콘텐츠 안에서도 ‘글’을 많이 담당하고 있고, 그 글의 폭이 넓지는 못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결이 맞는 소재를 다룰 때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내지만, 전혀 결이 다른 소재는 눈 앞에 얹어 놓고 고사를 지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더더욱 기존에 작업했던 작업물들이 중요하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갑님과 결을 맞추는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도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잔잔하다 못해 가끔은 심심한 내 글이 좋다고 같이 일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마음이 바뀐 갑님께 ‘병맛’ 요청이 들어와서 퍽 난감했던 적도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니요, 해볼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