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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Aug 25. 2020

노동-자본가, 비즈니스 프로듀서, 독립 비즈니스

그게 다 뭔데? 나도 할 수 있는 거야?


저자처럼 ‘개인’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책 한 권을 써보세요.라고 하면 쉽지 않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말하고 있는 세상의 변화는 우리가 평소 느끼던 것들이다. 책을 편집했던 편집자가 이 책을 끝으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고 떠났다고하니, 책 속에는 퇴사를 부추기는 분연히 일어나 멋들어지게 사표를 던지게 만드는 어떤 뭉클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가슴속에 얌전히 품고 다니던 사표를 꺼내 책상 서랍 깊숙이 넣었다. ‘기다려, 아직 때가 아니야’


노동자 vs 자본가

“독립 비즈니스와 프리랜서, N 잡러, 플랫폼 노동자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이 내가 요즘 고민하던 지점에 그대로 달려와 꽂혔다.

한 가지를 특출 나게 잘하기보다는 두루두루 능력이 퍼져있는(?) 다능인에 가까운 나는, 흥미 분야도 넓은 편이다. 다행히 다능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온 만큼 하고 싶은 다양한 일들을 하며 다양한 곳에서 돈이 들어오는(?) ‘N 잡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N 잡러로 살고 있는 요즘, 문제가 하나 있었다. N 잡러는 여전히 ‘노동자’라는 점. 회사에서 일을 주어야 돈을 벌 수 있고, 내가 일을 제안한다 하더라도 기존 회사에서 수락해야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존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도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정함 속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라는 마인드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내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자본가’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책에서 독립 비즈니스는 노동자에서 ‘노동-자본가’로 발전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독립 비즈니스란 노동을 하면서도 자본에 의한 이익을 쌓을 기회를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사업을 해서 뽷! 성공하는 것처럼 온전한 자본가가 바로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그 중간 단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결국은 맘먹기 나름인 것 같은데?

독립 비즈니스, 비즈니스 프로듀서라고 조금은 생소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프리랜서와 독립 비즈니스의 차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마인드’ 차이이다. 내가 나를 노동자로 규정하는가? 아니면 나를 이 사업의 주인으로, 이 비즈니스의 프로듀서로 규정하는가? 그 차이.


예를 들어, 작가라고 한다면 나와 같은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과 경쟁을 하며 땅따먹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협업을 통해 판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 수입과 관련해서도, ‘정해주세요’가 아니라,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고, 이렇게 일을 끌고 나가 이러이러한 성과를 내겠습니다.’라는 전제하에 ‘이 정도를 저에게 투자하시겠어요?’라고 제안하는 것.


어쩌면, 옛날에 유행하던 ‘주인의식’이라는 말을 다시 끌고 나와 붙여볼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밖에서 개인으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직원’의 입장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있는지 ‘주인’의 입장에서 사업을 바라보는지. 그 작은 시작이 결국 나를 노동자로 만들 수도, 자본가로 만들 수도 있다.



일도 알려주는데, 돈도 줘?

요즘 내 태도이다. ‘이 프로젝트에 내가 낄 수 있고, 일이 돌아가는 걸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죽겠는데, 돈까지 줘?’


지금은 아주 몹쓸 말이 된 ‘열정 페이’라는 말이 사실 그 시작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일을 하는 사람 입에서 나와야 할 단어가 고용주 입에서 나오는 요상한 상황이 문제였던 것이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정환 센터장님이 쓴 <밀레니얼의 반격>이라는 책을 꽤 좋아하는데,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밀레니얼 개척자의 특징 첫 번째이다. ‘나의 성장을 위해 일하고, 결과로써 회사에 기여한다.’ 나의 성장을 위해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과가 생기고 그 성과는 결국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회사의 성과를 위해 힘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성장하는 것과 결과만 놓고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꽤나 다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질질 끌려가며 일을 하고, 일을 많이 해서 어쩔 수 없이(?) 개인이 성장하는 경우. 그 속에서 개인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진다. 회사에 나를 갈아 넣었으니 그 끝에 남은 건 나의 잔해뿐이다.

하지만, 나의 성장을 위해 일을 하고, 그 결과로써 회사에 기여한 경우.  마음이 안전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계획했던 것을 얻어간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시대가 온다>에서 회사를 나의 일에 대한 능력을 키워주는 ‘인재개발원’이라고 바라보라는 말에 지극히 공감한다. ‘연수’를 목적으로 회사에 들어가 그 안에서 독립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역량을 쌓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면? 회사가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이 관점으로 회사를 보면 회사 선택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한 직무밖에  경험해보지 못하는 대기업보다는 사업의 전체 프로세스를 볼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나을 수도 있다. 작은 회사일수록 신입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지금의 나는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구청 공무원이 그리는 사업의 그림과, 내가 그리는 그림이 달라 초반에는 사표를 가슴에 품은 것이 아니라 이마에 붙이고 다녔다. 금방이라도 이마에서 떼어 던질 것처럼. 하지만 퇴사라는 안을 살짝 미뤄두고 사업 기획 방향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나의 성장을 위해 일하고, 결과로써 회사에 기여하자’였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기획했고, 설득했고, 진행했다. ‘이렇게 하면 이러이러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이 뻥으로 끝날까 봐 속으로 꽤나 떨었다. 다행히 사업은 무사히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 나의 성장을 첫 번째 목표로,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일을 꾸려나가기 시작하자, 회사가 나를 위한 ‘인재개발원’이 되었다. 그렇게 되자 ‘계산’을 그만두게 되었다. 야근하면 억울했던 마음이 사라졌고, 내 일 니일 선 긋던 태도가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하고 나니 ‘내 마음이 안전했다’ 그렇게 지금의 나는 ‘일도 알려주는데, 돈도 줘?’라는 마음으로 인재개발원을 다니고 있다. (비밀이지만, 내가 정한 연수기간은 3~5년 정도. 저자가 연수기간도 스스로 정하라고 했으니까.) 인재개발원을 나와 스스로 비즈니스를 프로듀싱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이 안에서 최대한 단단하게 쌓는 것. 그러기 위해 ‘월급’과 상관없이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생각이다.


독립 비즈니스가 뭔지, 비즈니스 프로듀서가 뭔지 모르겠다면 우선 회사를 인재개발원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성장을 첫 번째 미션으로 두고, 자기가 현재 맡은 일을 다시 조직해보면 좋겠다. 그 작은 시작이 가슴에 품은 사직서를 내려놓게 만들고, 너덜너덜 해던 마음을 지켜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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