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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Jan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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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_인터뷰] 1월 1일 질문

Q. 첫 번째 질문드립니다. 당신은 요즘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든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당신은 누구인가요? 무엇을 좋아하나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나에 대한 질문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세상이 조금은 공격적으로 느껴지고, 버겁고, 무거웠어요. ‘네가 너를 모르는 게 말이 돼?’라고 저를 비난하는 것만 같아서. 그런데 요즘의 저는 그 질문들의 무게감에서 벗어나고 있어요.

일단 첫째, 가족이나, 애인이나, 친구보다도 나를 가장 모르는 게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남들은 나와 떨어져서 내 밖의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지만, 저는 아니잖아요? 내 안에서 나를 바라보면서 객관적이기란 쉽지 않아요. 거울이 가득한 방에 서있는 나를 다른 사람들의 위에서 바라보지만 저는 그 거울 속에 갇혀서 바라보는 거거든요. 남들이야 ‘저기 있네, 저게 진짜 너네’라고 쉽게 말하겠지만, 저는 수많은 나에게 둘러싸여 누가 진짜인지 알기가 어렵거든요. 그러니, 남들보다도 내가 나를 모른다고 해서 이상하거나, 바보 같은 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둘째,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원래도 자신 없던 글쓰기 실력에, 논술에 똑 떨어진 경험까지 더해져 혼자만 보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절대 글을 쓰지 않았었어요. 그러던 제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익명으로 사부작사부작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냥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꽂힌 한 구절을 곱씹기도 하고. 그렇게 경험들을 하나하나 글로 풀어보다 보기도하고. 그렇게 순간순간의 감정을, 생각을, 행동을 곱씹다보니 무색무취라고 생각했던  제 취향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담담한 문체를 좋아하고, 일단 해보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바람 불고 높은 곳을 좋아하고, 빛을 잘 사용한 사진을 좋아해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나니 그것들을 누리고 경험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가끔 혼자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가끔 바람 부는 곳에 가서 글을 쓰고, 가끔 다리가 저릴 때까지 걷는데 시간을 들이는 요즘의 제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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