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ipnumsa Feb 02. 2024

내외한다

내외하다: 남녀가 서로 거리를 두면서 상대하는 행위.

예전에 첫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과 4년을 같이 있었지만 헤어질 때까지 말도 몇 마디 안 해서 동년배의 선생님들이
“둘이 왜 그리 어색해요?”
하자 그 선생님이
“우리 내외하는 사이잖아요.”
하고 넘긴 적이 있었다. 학교를 옮기는 2월 어느 날 서로 이별 선물을 주고 받는데 그 선생님도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의 쪽지에 몇 자 적혀 있는데 그 중에
‘오래 같이 있었지만 말도 몇 마디 안 해 봤네요. 진짜 내외했나 싶기도 하고^^’
이런 말이 있어서 조금 웃었다.
학교를 옮기고 새 학교에 어떤 보험 판매하는 분이 오셨는데(이 분은 인근 학교를 부지런히 돌면서 수시로 보험을 권유하시는 분이다), 참 좋은 보험이라면서 누구도 들었고 누구도 들었고 하면서 몇 장을 꺼내서 보여주시는데, 내외하던 그 선생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때만 해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다.
옥희 외삼촌의 말마따나 “요새 세상에 내외합니까?”라니, 일제시대에도 안 하던 내외를 했던 선생님. 지금도 “소음공해”를 가르칠 때와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가르칠 때마다 그 선생님이 떠오른다.



작가의 이전글 [함께 여는 국어 교육] 성평등 교육을 고민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