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양파는 잘 살고 비난 양파가 죽어야 하는데 왜 그랬을까?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2016년의 일인데, 1학년 교실에 수업하러 가니 교실마다 양파 화분이 있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물을 채우고 양파를 담아 햇볕 잘 드는 창턱에 올려져 있었다. 한쪽 컵에는 '좋은 말', 한쪽 컵에는 '나쁜 말'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양파에게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들려주고 어느 쪽이 잘 자라는지 직접 보면서 바른 언어 습관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짐작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있었다. 사랑해, 고맙습니다 같은 좋은 말을 들려준 물은 결정의 모양이 예쁘고 규칙적이고, 미워, 죽어버려 같은 나쁜 말을 들려준 물은 결정의 모양이 못생기고 불규칙적이라는 내용이었다. 물의 결정이라는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진은 멋있고, 내용도 교훈적이었다. 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는 밥 두 그릇을 가지고 비슷한 실험을 하였다. 좋은 말을 들은 밥은 잘 안 상하고, 나쁜 말을 들은 밥은 곰팡이가 피고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말의 힘은 대단하다.
1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었다. 1학년 교실의 양파 이야기를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 들려주었더니,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하며 다들 결과를 궁금해 했다. 나는 정확하게 답을 할 수가 있었다. 1학기 마지막 날 교실 청소를 하면서 양파 화분을 유심히 봤기 때문이다.
"가르쳐 드릴까요? 결과는요, 둘 다 말라 죽었어요."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에 대응하는 인터넷 격언으로,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는 말이 있다. 불쌍한 양파들은 제때 물을 갈아줄 줄 모르는 철없는 1학년 아이들의 무관심 속에서 쓸쓸히 말라죽어 간 것이다.
위 영상의 댓글에서 그 점을 지적한 사람이 있었다. 칭찬 양파가 죽은 것은, 칭찬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난 양파가 살아남은 것은? 비록 비난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진심어린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파는 그렇지만, 인간은 좀 다르다. 무관심보다는 비난이 낫지 않냐라는 말로 인간을 대하면 안 된다. 비난할 바에야 무관심한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양파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