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생님들과 점심 먹다가 아이들이 산타를 믿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 복장을 하고 집집마다 찾아가는 행사가 있다. 엄마아빠는 현관문밖에 산타가 주는 선물과 편지를 숨겨두고, 산타 할아버지는 집집마다 도착해서 현관 앞의 선물과 편지를 챙겨서 문을 두드린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사진을 찍고 다음 집을 향하는 것이다. 나는 이 유치원의 성의가 너무 감탄스럽고 고맙다.
우리 아이들은 가끔씩 "산타는 우리가 원하는 걸 어떻게 그렇게 알지?"하면서도 더 말하지 않아서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아이들은 9살, 6살인데, 아직 믿는 거 같아요."
다른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아이는 친구들이랑 사촌들이 벌써 말해줘서 이미 다 틀렸어요."
"우리 집 아이는 12살까지 믿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주려고 몰래 숨겨 놓은 선물을 아빠가 깜빡하고 꺼내보더니 '이게 뭔데 여기 있냐?'해서 아이랑 가보니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서 내가 어떻게든 수습을 하려는데 아빠가 '이제 12살이면 알아도 된다.'하면서 결국 산통이 다 깨졌어요."
나는 집에 와서 아내에게 물어봤다.
"낮에 아기들이 산타 믿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큰애는 아직 산타 믿는다고 말했는데 맞아요?"
하니까 아내는 6살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크리스마스 행사 마치고 며칠 뒤에 큰애가
"엄마가 준 선물 벌써 다 만들었어."
"응? 그거 산타가 준 건데?"
"아, 맞다. 산타가 준 거지."
이러더라는 것이다. 산타를 믿는 척해야 자꾸 선물이 들어온다는 걸 이미 알아차린 건지, 바빠서 집에 무심한 아빠만이 우리 아이가 산타를 믿는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