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에 온 가장 큰 이유인 세도나로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기가 센 곳 중 4 곳이 모여 있는 세도나는 명상을 하는 사람들, 운동선수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Bell rock, Boyton canyon, Airport Mesa, Cathedral인데 이곳을 가장 마지막 여정으로 잡았다. 대체 무슨 기가 있길래, 그래 나도 한번 가서 느껴보자. 뿐만 아니라 붉은색 암석으로 유명한 세도나가 너무 매력적이라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플래그 스태프에서 출발해서 세도나로 향한다. AZ-89A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30마일 정도를 내려온다.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으로 쉬엄쉬엄 가려고 했으나, Coconino national forest를 거치는 루트라 운전이 꽤나 어려웠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국유림이 너무나 멋졌다. (과거 장가계 천문산을 내려올 때 그 길과 너무 비슷하다.)
세도나에 진입하자마자 하늘은 시퍼렇지만 온 바위산이 붉게 물들어 정말 세도나와 왔구나 절로 실감하게 된다. 나는 어떤 장소를 너무 간절히(?) 기다려 드디어 가게 되면, 신기하게도 감사하게도 그 공간이 온몸으로 100% 느껴진다.
Sedona Chamber of Commerce Visitor Center의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도착 후 들어가서 스태프 분들에게 몇 가지 팁을 전수받는다. 희미해진 그 다이얼로그 중,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Airport Mesa에 꼭 가보라고. 주차비가 3달러인데 그 가치는 수백만 달러라고. 나의 list에 있는 곳이긴 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얼마나 더 가고 싶었는지..
제1 목적인 지도를 받고 내부를 둘러본 후 성십자예배당에 가본다. 주차자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예배당에 들어가는 길에는 정말이지 피부로 세도나의 붉은 암석을 느낄 수 있다.
사방이 붉은 암석이다. 저 뾰족한 데가 어딘지 분간할 틈이 없는 세도나 1일 차 여행객이다.
외부는 세도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광활함을 갖춘 데다, 내부는 조용하고 예배하고 가는 몇 신자들도 실제로 보았다. 절로 holy해지는 분위기이다.
예배당 지하에서는 기프트샵이 있었고 무교인 나도 꽤 재미있게 기념품을 구경하고 엽서를 샀다. 시간이 지나자 많은 여행자들이 온 듯한데 이 조그만 예매당이 가지는 영향력이란.. 참 대단함을 느꼈다. 맑은 날씨의 예배당을 뒤로하고 첫 번째 볼텍스인 Bell Rock으로 향한다. 벨락은 주차 공간이 너무 부족해 자리 찾는데 애를 먹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지옥의 트래킹을 하기 위해 주차공간을 그렇게 찾았다고 생각하니.. 여하튼 잔뜩 들떠 있던 나는 주차자리를 열심히 찾아 마침내 성공했다.
한눈에 보이는 벨락이다.
호기롭게 모자, 물, 가방, 등산화를 신고 출발해 본다. 이때가 10시 30분 정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더웠던 날씨로 이 트레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10월 중순, 햇빛이 강해서였을까 꽤 더웠지만 더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곧 있을 정말 가파른 암벽등반(?) 수준의 트레일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올라오니 세도나에 왔음을 실감케 하는 360도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
계단도 없는 커다랗고 미끄러운 바위산을 올라가기란 나에게도 어려웠는데 60대 어머니에게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였다. 지구의 영적 기운을 느끼기도 전에 떨어져 죽겠다는 엄살을 동반한다. 아래에서 올려주고 위에서 잡아준 끝에 어떻게 중간까지는 올라간 대한민국 60대 중 가장 귀여운 어머니에게 My mom made it!!이라는 환호를 안겨드리고 나만 끝까지 올라가 보기로 한다.
사실 도저히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벨락을 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랜스퍼까지 한 게 있는데.. 여기부터는 이성을 끈을 놓고 119 구조대원(?)이 누구 한 명 구조하러 올라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민첩하게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안전한 루트를 찾아 올라가 본다.
그렇게 쉴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나오면 다시 한번 세도나에 감탄하며 사진을 촬영해 봤다. 이때 남겨 두었던 동영상을 보면 어디에 이런 용기가 나온 건지.. 앞으로 일이 힘들 때 한 번씩 찾아보겠다.
바로 동쪽에 있는 Courthouse Butt도 가까이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가파른 바위를 올라가 벨락의 기를 얻어본다. (말로만 얻어졌다..) 고요함 속에 맞아보는 세도나의 공기는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1시간 만에 어렵게 올라간 벨락에서는 우리가 타고 왔던 179번 도로도 볼 수 있었고 그 도로 위 비지한 차들까지도 보인다. 똑같은 햇빛이고 공기인데도 이 순간은 정말 달랐다. 공포가 한껏 들어가서일까.
바로 옆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붉은색 바위, courthouse butt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22년 가장 도전적인 과제(?)인, 세도나를 온몸으로 느껴 행복한 죽음의 트레일이었다.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여유 있게 내려오면서 세도나를 촬영해 본다. All trails이라는 어플을 다운받으면 길을 잃지 않고 비교적 정석의 루트를 따라 걸을 수 있는데 내려올 때 한참 길을 헤맨 다음에야 다운 받아 놓은 이 어플이 생각이 났다.
그래도 뒤늦게 이 어플 덕분에 2시간여 만에 땡볕에 익어버린 팔과 함께 잘 도착했다. 이제 나도 벨락을 다녀온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