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elope canyon 일정을 마치고 다음 날 그랜드 캐니언을 가기 위한 관문도시인 Flagstaff이 당일 최종 목적지가 되었다. Flagstaff로 내려가기 전 들려보고 싶었던, Tuba city에 있는 Coal mine canyon로 향했다. 우연히 구글맵을 보다 알게 된 곳인데 숨긴 적은 없으나 숨겨진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협곡이다. 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었어야(?) 했나 보다.
호기롭게 출발하였고 곧 아래와 같은 모습의 코울마인캐니언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까지 했으니..
Arizona의 푸른 맑은 하늘은 여행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잊을 수 없는 여행을 선물한다. 감사함은 여행자의 본분이며 이 날도 충실히 감사함을 느꼈다. AZ-98W에서 출발해서 US-89S로 진입했을 때의 자동차 밖 전경 덕분에 행복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벌써 2개월도 넘은 일인데 또 한 번 감사하게 된다.
Tuba city로 들어가는 AZ-264E에 진입해서는 재밌는 포터블 신호등을 본 적이 있다. 멀리서나마 본 적이 있는 꽤 익숙한 신호등인데 직접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각 일차선 도로를 보수 중이라 신호등을 양 방향에 세워 사이좋게 도로를 이용하게끔 한 것이다. 너무 좋은 시스템인데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귀여운 신호등이었다.
자, 지금부터는 고난의 길이다.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고난인데 아직 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랄까.
비포장도로는 한 5킬로미터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처음 1~2킬로 정도는 큰 문제없었으나 요 며칠 비가 왔는지 푹 파여 세단이 한번 빠지면 나오기 불가능할 정도였고 도로 사정 및 최악의 경우 남은 여행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진입을 포기하고 Flagstaff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너무 경황이 없었던 탓인지 남겨진 사진 하나 없다. 내 인생 최고의 역경이었음에 분명하다.. 아래 사진은 실제로 방문한 분이 구글맵에 You need a 4WD drive car for Coal Mine Canyon.라고 리뷰와 함께 올려준 사진이다. 사실 세단으로도 진입이 충분히 가능할 만해 보이지만 당시 SUV 차량들의 큰 바퀴보다 더 크게 파인 도로는 분명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남은 여정을 안전히(?) 마무리하고자 무거운 발걸음으로 차를 돌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깔끔한 포기에 유쾌한 시작이 따라온다. 그 새 가벼워진 마음으로 Flagstaff로 향했다.
2시간 정도 걸려 Flagstaff에 도착했다. 안도감 때문일까, 도시의 노을과 두말할 것이 없고 저녁 퇴근길 붐비는 도로도 아늑하다 느껴졌다.
Texas Roadhouse는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다. 우리 집은 미국 여행을 할 때마다 저녁 한 끼를 Texas Roadhouse에서 꼭 먹는데 고기도 고기지만 식전빵은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Flagstaff에 있는 집을 찾아 바로 들어갔다.
배불리 먹고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코울마인캐니언에서 놀라 다친 심신(?)을 케어하고 다음 날 갈 그랜드 캐니언을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