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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er Dec 27. 2023

포틀랜드 도착기

오레곤은 나에게 사연이 깊은(?) 곳이다.  팬데믹이 터졌던 2020년도부터 기다려 왔던 곳이지만 23년, 올해가 돼서야 갈 수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오레곤에 있는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에 미쳐 있는 나는 늘 그래왔듯, 출발 한 달 전부터는 내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상태로 LA를 경유하여 알래스카항공을 타고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LA에 도착 후 얼마 만에 본 피츠커피이냐 하며 달려갔다. 직원에게 괜히 말을 붙여 보고 싶은 생각에 추천메뉴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았고 I dont drink라며 본인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렇지 나도 일은 좋아하지 않지만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일단 아이스라떼를 먹으며 속을 달래 본다.

알래스카항공은 내가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던 항공이다. 왜? 언젠가는 알래스카 로드트립을 꼭 하고 싶은 나에게는 알래스카항공마저도 타고 싶은 어떤 목표였던 셈이다. 이런 로망과는 다르게 알래스카항공의 평판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점이 이 평판들을 끌어내렸던 것인지 내가 한번 타 보겠다며 호기롭게 도전했고 나는 LA에 도착 후 30분 만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1시간 정도 지연이 공지되었고 10시간 넘게 태평양을 날아온 사람에게는 1시간이 청전벽력같이 느껴졌기 때문에 다시는 알래스카항공을 타지 않겠다며 신사처럼 앉아 있던 나다. 30분~1시간 정도 지연이 더 된다고 추가 공지가 되었을 무렵, 조용히 화난 승객들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직원은 아주 넉넉한 스낵을 게이트 주변에 비치하였고(지연이 되면 각 항공사에서는 이렇게 스낵을 제공하는 일을 왕왕 본 적이 있다.) 승객들의 마음은 이미 눈 녹듯이 풀린 것이 한국인 특유의 매의 눈으로 관찰되었다. 물론 내 마음도 칩 하나에 풀려버렸다..

약간의 기다림 이후에 드디어 포틀랜드로 향하는 알래스카항공에 몸을 실었고 두 시간 정도 걸려 포틀랜드에 도착하니 자정이 되어 있었고 예약해 둔 차량을 픽업하고 숙소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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