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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 Apr 28. 2022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

지금 너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는지

아래는 광고계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가 다음과 같이 고쳐놓은 문장이다.






안 보여요, 도와주세요

I m blind, please help


날씨가 아름다울 텐데 저는 볼 수가 없네요

It’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일방적인 요구는 부담스럽다.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합리적이더라도,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낭떠러지 마음을 조금도 움직일 여유가 없다.


그러나 낭떠러지 같은 마음에 계단을 그어준다면. 계단을 밟고 오르면 만날 세계를 열어주고 들려준다면. 그 가능성의 세계를 보여주고 살며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마음을 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둘의 차이는 과연 그런 ‘이미지’를 가공하고 제공해주었는가에 비롯된다. 가공하는 것을 크리(흔히 상상력이라 말하는 환상 설계 능력)라 한다면 제공하는 것을 매체(흔히 문체라 말하는 화법 내지는 발화)라 한다.


크리를 잘 하려면?

안의 일이다. 점을 찍고 최대한 멀리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한 번에 뛰어서도 안 되고 떠났다 바로 돌아와서도 안 돼. 그게 불안하면 점을 지우고라도 다녀와야 해. 다시 점으로 돌아왔을 때. 그 자리가 완전히 다른 자리로 보일 때까지, 나로부터 나를 벗어나는 여정. 잘 하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 잘 하는 것 같은 사람은 똑똑한 사람. 잘 못하는 사람은 불안한 사람. 즉 마음이 편하고 넉넉할수록 용감한 크리가 나온다.



매체를 잘 하려면?

바깥의 일이다. 당신의 사연과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 사연을 파악해도 맥락을 놓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맥락을 파악해도 사연을 놓친다면 가식적인 위로에 그친다. 당신의 사연과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관찰과 예측을 통해 가능하다. 오늘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색깔이 어울리는지, 어느 걸음으로 나를 지나가는지, 지나갈 땐 어떤 향기가 났는지, 파악이 끝나면 소재들을 모아다 당신의 사연과 맥락을 예측한다.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겠군, 회의에 늦은 걸까. 예측이 끝나면, 크리를 가져와 당신에게 건넨다.




의도 : 침대를 사주세요.

크리 : 침대, 잠, 꿈, 달나라, 토끼. 앨리스, 비밀, 찰리와 초콜렛 공장(?)

매체 : 어젯밤 당신의 침대 밑에 토끼 두마리를 숨겨놓았습니다.

전략 : 몰입감.


광고 :  당신의 침대 밑에 숨겨진 비밀, 달토끼를 따라 앨리스의 세계로 이어지는 모험, 다시 돌아와보니 아침. 마법 같은 몰입감을 자랑하는 , 그것의 진실은 바로 베이스 침대. (feat. 광고주 입김....)


하나의 광고가 완성되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그러나 크게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들의 실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을 듣고 싶은 말들 사이에 포개놓았느냐에 따라

정확한 문장의 전달 및 접촉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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