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이 책이 되는 기분
브런치에 글을 한참 동안 쓰지 않았다.
이유는 고질병인 '상처'였다.
2021년 12월 15일, 3번째 도전했던 브런치 북 공모전 수상작에 내 이름은 없었다. 제안 메일이 오지도 않았다. 글은 거의 매일 썼지만 브런치에는 어쩐지 올리고 싶지 않았다. 연말에 브런치 북 리포트를 보려면 최근 60일 안에 올린 글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도 그냥 하기 싫었다.
책을 내고 싶었다. 왜?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한 문장으로 딱 말하긴 어려웠지만, 조금 풀어서 얘기하면 이런 것이다.
마음챙김이 삶에 들어온 후 달라진 나의 생활에 대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약 10분 정도의 인터뷰 영상을 만 오천 명이 봐주었고, 친구와 수다떨듯 한 얘기를 띵언이라며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럼, 이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면 어떨까? 로 생각이 옮겨갔다.
블로그를 6년이나 했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막연히 타이핑 필사를 하면 글쓰기 연습이 된다고 해서 한국에 갔을 때 서점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사들고 왔다.
때마침 내 마음 속 원탑 작가가 온라인 글쓰기모임을 모집한다고 했다. 그렇게 약 4달동안 매주 줌에서 열 명의 멤버들과 함께 글을 쓰고, 서로가 쓴 글을 더 좋은 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4월 마지막 주에 마지막 강의를 하며 아쉽다고 징징대는 우리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아쉽습니다. 곧 또 볼 일이 있지 않을까요?"
거짓말처럼 그는 여러 경로를 독서모임을 열었고, 곧이어 함께 르포에세이 책을 쓸 사람을 모집했다.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저요!저요! 하고 손을 드는 느낌으로 그가 여는 모임엔 99프로의 확률로 참석했던 내가 그와 함께 책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팀 이름도 #쓰는사람들 이라니,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고 써놓은 나의 프로필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되겠다 싶었다.
에세이 쓰는 법을 조금 배웠는데, 르포 에세이는 또 뭔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인터뷰 대상을 찾아야했고, 인터뷰 질문을 마련해야했고, 어떻게 해야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르포 에세이집을 여러권 읽기도 했다.
초고를 넘긴 것은 8월즈음이었다. 그리고 어제, 전자책 선판매가 시작되었다.
https://buk.io/103.0.0.107
본명이 아닌 필명을 쓰는 사람들이 보이길래 나도 오글거리는 마음을 참고 필명을 지어보았다.
'진아'
자라면서 쭉 애칭으로 불렸던 '찐'이라는 이름, 내 절친들은 나를 '찐아'하고 불렀다. 요즘 많이든 쓰는 '저 사람 찐이야' 할 때의 그 '찐'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도 있지만, 글을 쓰면서 한 편 써낸 글이 늘어갈 때마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진짜 나를 알기위해 글을 쓴다는, '의미화'된 문장을 작가 소개에 집어넣었다.
공개된 정지우 작가의 서문과 또 한 명의 쓰는 사람인 선영님의 글은 바로 읽을 수 있지만, 내 글은 결제를 해야만 볼 수 있다.
음원을 발표하는 신인 가수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결제 했는데, 이건 뭐야, 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있기는했지만 일단, 지인들에게 홍보를 했다. 응원의 말과 함께, 구매인증샷을 날려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첫 책이니, 그게 누구였는지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 홍보를 하며 간만에 어떻게들 지내는지 안부를 묻기도 했기에, 겸사겸사 다행이다 싶었다.
이틀동안 적어도 20부 정도는 판 것 같다. 이만하면 됐다. 이제, 응원 받은 마음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내 글들을 책이 되게 만들어 줄 누군가를 찾기 위해, 투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