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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바라기 Feb 26. 2021

초보 엄마의 스타트

정말 조리원이 천국인가요?!

조리원에서의 2주는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조리원에서의 스케쥴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축하고 유축한 젖병 신생아실에 갖다 주고 좀 쉬다가 아침 먹으면 모자동실 시간이다. 모자동실 시간이란 신생아실에 있는 아가가 엄마 방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다. 오전에는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저녁에는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모자동실을 한다. 그렇게 아침 모자동실 시간을 보내고 나면 예약해 놓은 산모 마사지나 가슴 마사지를 받을 시간이다. 산모 마사지는 말 그대로 산모의 몸 상태를 좀 낫게 해주는 마사지로 힐링의 시간이다. 가슴 마사지는 유선을 뚫어줘서 모유의 양을 좀 늘릴 수 있게 하거나, 젖몸살이나 울혈이 있는 산모의 가슴을 풀어준다. 마사지를 받고 방에서 점심 먹고 쉬다 보면 수유콜이 울린다.


수유콜에 ok! 를 한다는 것은 엄마가 직접 아가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의미한다. 허리에 두르는 D자형 수유쿠션을 차고 그 위에 아가를 올려 수유를 한다. 엄마들은 다 가슴을 내놓고 아가에게 젖을 준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다. 자신의 가슴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비치고 누군가(수유 선생님)가 와서 내 가슴을 막 주무르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심지어 수유 선생님이 한 번이라도 내 가슴을 만지면서 제대로 된 수유 자세를 잡아주길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젖을 물고 있는 아가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젖 먹던 힘으로'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아가를 내려다보면 어느새 목이랑 어깨는 결리고 허리도 뻐근하다. 수유를 하고 방으로 올라오면 그렇게 배가 고프다. 준비된 간식을 먹고 다시 유축.


이렇게 거의 조리원에서의 스케줄은 밥, 수유, 간식, 유축 크게 4가지가 한 싸이클로 여러 번 돌아가고. 중간에 마사지와 모자동실 시간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스케줄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정말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주변에 아기를 낳은 친구들이 다들 조리원은 천국이라며 이때 많이 쉬어야 한다고 했다. 조리원이 정말 천국이 맞긴 한 건지, 이렇게 바쁜데 언제 쉬나 생각했다.




조리원에서 내가 받은 스트레스는 2가지다.


첫째, 모유수유에 대한 것이다. 일단, 수유를 하는 것에는 3가지가 있다. 완전 모유로만 하는 완모, 완전 분유로만 하는 완분, 모유와 분유를 함께하는 혼합. 난 어떻게 수유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나 계획이 없었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이 3가지의 개념도 적립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애초부터 초유만 먹이고 단유 하고 완분으로 가려고 계획한 사람도 있고, 완모를 목표로 처음엔 혼합으로 하다가 조금씩 양을 늘려 완모로 가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완모를 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완모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유의 양, 유두의 모양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난 모유의 양이 적어서 지금 혼합을 하고 있다. 조리원에서 유축한 젖병을 갖다 줄 때, 손으로 젖병을 감쌌다. 유축 양이 너무 적어 다른 사람들 보기에 민망했기 때문이다. 아직 다 들어가지 않은 배에, 원시인이 된 것 마냥 가슴을 내놓고 30분을 열심히 유축기로 유축을 해도 20ml~40ml 차는 젖병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왔다. 80ml, 100ml 채운 다른 사람들의 젖병을 보면서 속상했다. 뭔가 기가 죽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가에게 미안했다.


둘째, '조리원을 나가면 어떻게 하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육아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한 세 번째 날의 모자동실 시간이었나?! 아가와 단 둘이 방에 있는데 아가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안아줘도 달래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우는지 모르겠는데 아가는 방이 떠나가라 얼굴이 빨개져서 우는 데 순간 멘붕이 왔다. 너무 서럽게 우니 마음은 찢어지는 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나도 함께 눈물이 났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니까 그 상황이 무서웠던 것 같다. 이런 상황을 겪으니까 조리원에서 나가 집에서 아가를 보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조리원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게 무서웠다.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는 걱정에 잠에 잘 들지 못했다. 호르몬 때문에 격해진 감정 때문인지 침대에 누워있는데 또 눈물이 났다. 그러다 다시 눈물을 닦고 나를 다독였다. 아가에게는 지금 내가 필요하니까. 나는 웬만큼은 단단해져야 하니까. '나는 엄마니까 잘할 수 있다!'를 여러 번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




조리원에서 나온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지금.

그래도 어찌저찌 시간은 가더라.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자지러지게 울면서 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면 멘붕이 오는 초보 엄마지만 '하다 보면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런 하루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나중에 지금 이 시절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는 때가 올 거라 믿는다.


지금도 밤잠을 설치며 자신을 갈아 넣고 있을 세상의 모든 초보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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