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진화가 필요해
21년 2월 2일 출산을 하고 6개월가량이 지났다.
주변에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우리 부부는 정말 온전히 우리 힘으로 아이를 기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정 부모님이 우리 집에 올라와서 1박 2일 도와주시는 게 전부이다. 내 아이를 기르면서 '독박 육아'라는 표현을 쓰는 게 뭔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난 '독박 육아' 중이다.
독박
: 혼자서 모두 뒤집어쓰거나 감당함
신랑이 출근 전과 퇴근 후 정말 많이 도와주지만 주양육자가 '엄마'이다 보니 거의 24시간 풀타임으로 돌아가는 직장에 출근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우리 아이는 예민한 편이다. 그리고 이 예민함은 '잠'으로 표현된다.
1.
우리 아이는 꿀잠을 잘 못 잔다. 밤에 잘 때 한 새벽 2-3시 이후로는 한 시간 정도마다 낑낑거린다. 그럼 토닥이고 쪽쪽이도 물리고 달래줘서 조금이라도 더 자게 도와줘야 한다. 결국 그 얘기는 나도 꿀잠을 못 잔다는 것이다. 하하.
24시간 중 단 6시간 만이라도 편해야 18시간 근무가 수월할 텐데 이 최저 시간마저도 온전히 확보가 되지 않으니 내 체력과 멘털은 점점 고갈되어간다. 더 어릴 때는 새벽에 수유를 해야 하니 2시간마다 깨는 게 당연하고 또 뭔가 미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피곤할 뿐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통잠을 자야 하는 지금 시기에 그렇지 못하니 화가 올라와서 더 힘든 것 같다.
2.
우리 아이는 잠은 꼭 '엄마'가 재워야 한다. 다른 사람 품에선 절대 안 잔다. 아빠 품에서도 못 자고 꼭 엄마가 안고 재워줘야 잠을 잔다. 하하.
밤까지 아이를 아기띠에 안아서 재우려고 하면 허리가 정말 끊어질 것 같다. 꼬리뼈가 너무 아프다. 뭔가 꼬리뼈가 저리다고 해야 하나?! 아기 낳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통증이다. 소파에 앉을 때도 아파서 조심히 앉게 된다. 이렇게 몸이 아프면 참을 수 있는 역치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니까 다음날 또 이 모든 걸 기꺼이 견디며 해야 한다.
신생아 시절만 지나면 잠도 잘 자고 훨씬 수월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새벽에 수유를 하지 않는 대신 뭔가 다른 미션이 새롭게 생겨난다. 목을 가누고 좀 움직일 수 있으면 안는 게 편해질 것 같았다. 목을 가누고 자기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몸무게가 8kg이 넘으니 그냥 팔로 안고 있는 것도 벅차 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진화하는 만큼 엄마인 나도 진화가 필요하다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순간, 내 기대대로 전개되지 않을 시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를 묵묵히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때 그 순간을 흠뻑 느끼며 보내야 하는 것 같다. 아이가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보내는 미소와 웃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