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자연스러운 것
희로애락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나를 마주하는 것과 같다.
온전히 육아만 하면서 아이와 같이 있다 보면 아이를 관찰하게 되고 그 아이를 통해서 나를 본다.
아직 아무 때도 묻지 않은 아주 순수한 이 아이를 보면서 진리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뭔가 진리 비스름한 무언가를 깨달을 때가 있다.
아이는 정말 원초적이다.
행복하면 웃고, 짜증 나거나 불편하거나 뭔가 요구가 생기면 울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뭔가 슬퍼질 때도 있고, 신나면 즐거워한다. 자신의 욕구나 감정이 여과 없이 즉각적으로 표현된다.
'내가 이렇게 하면 엄마와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까?'
'이런 거를 불편해하면 내가 좀 소심해 보일까?'
등의 생각들로 자신에게 한 번 더 뭔가를 씌우지 않는다.
희로애락이 정말 즉각적이다.
이런 뭔가 거리낌 없는 표현들을 보면서 느낀 건,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아이도 '노'와 '애'의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다가 갑자기 노여움을 느끼다가도 신기하게 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에도 희로애락이 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한다.
그냥 별다른 큰일이 없더라도 '노'와 '애'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끔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라 치부되는 '노'와 '애'의 감정이 찾아오면 그 감정을 느끼는 내 자신을 더 나무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끼니까 지금 내 상황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비참하게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면 그 생각에 다시 기분은 우울해졌다.
'내가 지금 육아만 하고 나를 잃어가서 그런가?'
'내가 능력이 없는 건가?'
'사회로 다시 나갈 수는 있을까?'
등등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다.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냥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내 삶을 바라봤던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런 부정적이라 치부되는 감정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다고 해서 '이 세상이 어떤 문제가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에게 찾아오는 모든 감정들도 조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가장 때 묻지 않은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니까.
모든 것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자.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여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