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가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바라기 Feb 01. 2021

아이를 기르는 마음으로

나를 길러야지

"산모님. 이제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요. 아기가 크니까 운동 열심히 하셔야 돼요.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게."


출산을 앞두고 있다.

38주의 중간을 넘어가고 있다. 임신을 하고 뱃속에 한 생명을 품고서 대략 270일가량의 날들이 흘렀다. 10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벌써 이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갔나?' 싶기도 하다.


뭐든 처음 하는 경험은 낯설고 두렵고 어색하다.

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

입덧을 해서 그 좋아하던 수박을 한 입은커녕 냄새도 못 맡던 것.

'이게 내 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컨디션 변화.

달리기, 엎드리기와 같은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 것.

밤에 잘 때 똑바로 눕지 못하고, 자세를 바꿀 때도 낑낑대는 것.

간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줄 만큼 힘찬 태동.

걸을 때 사타구니가 아파서 순간 주저앉는 것.

등등.


그중 가장 겁이 나는 건 '출산'이다.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심란하다. 출산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이 아가를 길러야 한다는 사실이 걱정이 된다. 물론 아가 너무 소중하고 감격스럽고 기대가 된다. 이런 소중하고도 소중한 한 생명을 '책임'지어야 하는 상황이 더 생생하게 눈 앞에 놓여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지키고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의 마음이 올라온다.

가끔 나를 데리고 사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다. 내가 나 하나 길러내기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다. 내 마음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이런 미성숙함이 행여나 아가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해 가까운 상대의 감정까지 힘들게 만들거나, 표현이 과격하게 나간다거나.


한 생명을 기른다는 것의 의미는 어느 정도의 깊이를 포함하고 있을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도 올라온다. 존재만으로도 너무 순수하고 깨끗한 이 생명을 잘 길러내고 싶다. 이런 마음이 강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생각이 있다.


내 품에 있는 아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우선 먼저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

어떤 존재를 그냥 존재만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시선을 우선적으로 나에게 보내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아가도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같이 자라나는 것 같다. 아이를 기르는 그 마음으로 나도 기르고 내가 자란 만큼 아이도 자라고.


같이 함께 자라자. 아가야

매거진의 이전글 희로애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