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길러야지
"산모님. 이제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요. 아기가 크니까 운동 열심히 하셔야 돼요.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게."
출산을 앞두고 있다.
38주의 중간을 넘어가고 있다. 임신을 하고 뱃속에 한 생명을 품고서 대략 270일가량의 날들이 흘렀다. 10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벌써 이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갔나?' 싶기도 하다.
뭐든 처음 하는 경험은 낯설고 두렵고 어색하다.
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
입덧을 해서 그 좋아하던 수박을 한 입은커녕 냄새도 못 맡던 것.
'이게 내 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컨디션 변화.
달리기, 엎드리기와 같은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 것.
밤에 잘 때 똑바로 눕지 못하고, 자세를 바꿀 때도 낑낑대는 것.
간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줄 만큼 힘찬 태동.
걸을 때 사타구니가 아파서 순간 주저앉는 것.
등등.
그중 가장 겁이 나는 건 '출산'이다.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심란하다. 출산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이 아가를 길러야 한다는 사실이 걱정이 된다. 물론 아가 너무 소중하고 감격스럽고 기대가 된다. 이런 소중하고도 소중한 한 생명을 '책임'지어야 하는 상황이 더 생생하게 눈 앞에 놓여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지키고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의 마음이 올라온다.
가끔 나를 데리고 사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다. 내가 나 하나 길러내기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다. 내 마음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이런 미성숙함이 행여나 아가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해 가까운 상대의 감정까지 힘들게 만들거나, 표현이 과격하게 나간다거나.
한 생명을 기른다는 것의 의미는 어느 정도의 깊이를 포함하고 있을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도 올라온다. 존재만으로도 너무 순수하고 깨끗한 이 생명을 잘 길러내고 싶다. 이런 마음이 강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생각이 있다.
내 품에 있는 아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우선 먼저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
어떤 존재를 그냥 존재만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시선을 우선적으로 나에게 보내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아가도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같이 자라나는 것 같다. 아이를 기르는 그 마음으로 나도 기르고 내가 자란 만큼 아이도 자라고.
같이 함께 자라자.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