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나도 콜센터에서 알바한 적 있다. 한 20년 전 일이다. 직장을 잡지 못하고 백수로 살며 언론고시 공부만 하던 때, 마케팅아카데미에서 알게된 언니가 소개한 알바였다. 돈이 궁했고, 그 일이 무슨 일인지 잘 몰랐으며, 잘 몰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기에 하겠다 했다. 그러나 그 일은 내 일생에, 다시는 하고싶지 않은 일로 기억됐다. 리서치 회사였다. 하루 일하면 일한 날을 체크해 날 수만큼 돈을 받는 일용직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그날 배당받은 주제로, 장부에 적힌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눌러가며 무작위 전화를 거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빠죽겠는데 왜 이런 전화를 걸었으냐 화를 냈다. 상당수는 자기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며 따져물었다. 모두가 수화기를 붙잡고 다닥다닥 붙어앉아 일했는데, 통화 중 누군가 울음을 터뜨리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이 흔했다. 우리에게 일을 배부하는 팀장은 중년의 여자였는데, 항상 지칠대로 지친 표정에 까칠한 피부를 화장으로 가리지 않고 출근해 그저 소처럼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20대 초반의 내 눈에도 '삶에 찌든 얼굴은 저런 것일까' 느낌이 들었다. 하루 중 딱 한시간 주어지는 휴식+점심식사 시간은 유일하게 숨이 쉬어졌다. 12시 50분쯤 되면, 전화기가 즐비한 그 사무실에 들어가기 싫어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어쩌다 어쩌다 친절히 전화를 받아주는 응답자를 만나면 그렇게 고마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젊을 때 나는 참 많은 일을 해봤다. 화실에서 이젤 앞에 앉아 그림을 가르치는 고상한 일부터, 놀이동산에서 돌벽에 20m 높이 아시바를 타고 올라가 일용직 아저씨들과 함바집 밥을 먹으며 벽화를 그리는 노가다도 해봤다. 다른 일들은 다 장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되새겨보면 적어도 한 가지 쯤은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콜센터, 이 일에서 만큼은 전혀, 1도 '장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한달을 채워 월급이 나오자마자 그만 뒀다. 다시는 하고싶지 않은 일이기에, 내가 남은 일생동안 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게 해달라 기도했다. 그 기도에는 여느 때보다 진심을 담았다. 그 정도로 진절머리나게 싫은 일이다. 기사에 나오는 한승태 작가님의 말이 무엇인지, 나는 한번 해보는 '체험'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경험'을 했기에 잘 안다. 절절하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