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쨋든, 1년이 흘렀다. 잘 살았다.

성탄절 아침, 눈사람 만들기에 최적화된 눈이 이만큼이나 왔다.

by bbulddae


어릴 때는 누군가 성공한 이야기, 면접장에서 이런 질문에 이런 대답을 내놓아 원하는 회사에 합격한 이야기, 일확천금을 얻은 이야기, 우연히 잡은 기회가 엄청난 성과나 이익으로 이어져 인생 대박난 이야기에 끌렸다. 나도 성공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노력하는 건 쉽지 않으니 좀 더 쉽게. 혹은 빨리 열매를 얻는 방법에 혹했다. 내 인생도 좀 그렇게 수월했으면...인생 모든 단계마다 절름거렸던 내 과거를 돌이켜보며 남이 성공한 이야기가 마냥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절름거리면서 어쨋든 졸업을 하고, 백수가 됐고, 간신히 원하던 직업을 얻고, 이직을 하고, 독립을 하고, 연애도 몇번 하다 결혼을 하고, 퇴직을 하고, 마침내 엄마가 됐고, 백수가 됐다가 재취업까지 했다. 인생이 수월하진 않지만 그래도 원하던 것들 중 상당부분이 이루어졌다. 이정도면 괜찮은 삶이지 나름 만족도도 높다. 착하디 착한 곰 같은 남편과, 날쌔고 영리한 토끼같은 자식을 보고 있으면 내 인생의 모든 복을 이 사람들에게서 받는구나 황홀함마저 느낀다. 물론, 그렇지 않고 열불이 날 때도 많지만 말이다.


이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이 40대 중반에 접어드며 나는, 다른 사람이 성공한 이야기보다 인생이 거꾸러진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간다. 고것 쌤통이다~란 심술이 아니다. 잘 가꿔온 인생이 실수 한방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최근 이삼년 사이,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술을 먹고 한 크고 작은 실수로 직장을 잃고, 가족을 잃고, 명예를 잃고, 건강을 잃고, 심지어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어떤 이는 너무나 억울하게, 어떤 사람은 저지른 잘못에 아주 합당하게 벌을 받았다. 그 모습들 모두가 중년에 접어든 나에게는 타산지석이 되었다.


사람 골로 가는 거 한순간이다. 성공도 좋지만, 실수-특히 남녀관계, 인간관계, 술자리, 운전 등에 대해선 정말 내 뺨을 때리면서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조심해야 한다. 술 먹고 특히 말이다. 밖에서 마시지 말고, 밖에서 마셨다면 거리가 얼마이든 택시를 타고 얼른 귀가해야 한다. 택시비가 얼마나 나오든, 그 이후 길이나 대중교통에서 어벙하게 있다 인생 망칠 비용을 생각하면 택시비는 거저다. 명심하자. 술은. 밖에서 마시지 않는다. 절대. 네버.


그런 걸 생각하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올해 1년 참 잘 살았다. 큰 사고 없이, 큰 사건 없이, 건강 상 큰 문제 없었고 내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냈다. 일자리도 구했고, 다시 돈을 벌어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맘편히 선물도 보낼 수 있게 됐다. 아이가 좋아하는 헬로카봇도 샀고, 남편에게 가을 외투도 사주었다. 부모님은 사절했지만 외투와 용돈도 드렸고, 아이를 봐주고 있는 고마운 언니에게 주기 위해 적금도 들었으니 이만한 삶이 어딨나. 내년에도 무탈하게, 무사히. 건강하게만 지내자. 그것만 목표로 삼는다면 인생,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만한 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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