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작- 소리가 나.”
영주에서 태어나서 영주였냐며, 다른 아이들이 우리 집에서 보내온 사과를 들고, 깔깔대며 나를 놀릴 때, 사과를 베어문 채 네가 말했어.
“아삭이 아니라 와작- 소리가 나지 않아?”
“영주네 사과 정말 맛있다. 사과를 이렇게 키우시다니, 너희 부모님 정말 멋지다.”
너의 말에 야작을 하던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사과를 와작- 와작- 씹어먹었어. 덕분에 네 별명은 와작이 내 별명은 영주사과가 되었지. 나는 너 몰래 너와 가까워진 것 같아 혼자 얼굴을 사과 빛깔로 물들였어. 지금도 사과를 먹을 때마다 야작 때문에 노곤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터지던 미소, 진한 유화물감 냄새, 사과의 싱그러움, 그때의 냄새와 분위기,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그날의 모든 것이 상기되곤 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너를 생각하면 심장 속에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빠르게 뛰기 시작한 날이, 네 생각에 머리까지 두근대서, 내 머릿속에 심장이 있는 것 아닐까 착각하던 날이 이어졌어.
너의 장례식에서 통곡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수군거릴 때, 영정 사진 속의 너는 여전히 밝아서, 네가 내 가슴속에 심어준 사과 씨앗이 튀어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울었어.
“엄마, 사과를 깨물면, 와작- 와작- 노랫소리가 나.”
나는 나이를 먹고, 결혼도 했어. 오늘은 나와 남편을 조금 불공평하게 닮은 아이가 너와 같은 말을 했어. 잘 지내니. 나는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어. 아직도 너를 생각하면 가슴에서 사과 향이 나는 것 같아. 널 많이 좋아했어. 내 기억 속에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