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정도만, 짧게 말이야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다들 그날 하루 일기를 짧게 써서 줘.
세 줄 정도라도 좋아. 삼 남매 일기 이런 거 쓰게.
우리 집은 언니랑 나, 그리고 남동생 이렇게 삼 남매다.
같은 집에서 태어나 키워졌지만, 비슷한 취향이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부분도 있다. 그거야 어느 집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와 언니는 연년생, 남동생과는 2살 차이다. 어느샌가 우리는 30대가 되었고,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내게 언니는 여전히 대학생, 남동생은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나는 대학 초년생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된 옛 시절을 여전히 현재처럼 느끼는 건, 그들과 가장 많이 부딪힌 시기였으며 그 기억이 강하게 머리 속에 남아서일 거다. 일종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심리랄까.
어젯밤 잠들기 전에 문득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기를 써 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 때 같은 집에서 삼시 세 끼를 함께 했건만, 지금은 각각 다른 곳에 산다. 언니는 고향인 창원에 나와 동생은 서울의 각각 다른 동네에서. 1년에 만나는 횟수가 10번도 되지 않는, 회사 동료보다도 자주 보지 못하는 관계다. 카카오톡 단체방의 대화들로 뜨문뜨문 이어져 있는 (사실 그 대화는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사이다.
언니의 삶을, 남동생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짧은 남매 일기를 쓰자는 제안은 그런 연유에서 낸 아이디어였다.
최근에 읽은 심리학, 뇌과학책에 '일기를 쓰는 행위'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언니와 동생이 쓰는 일기를 통해 나는 그들을 들여볼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들 또한 나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 그러니까 일기를 써줘. 언니야, 남동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