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장장이 휴 Apr 29. 2024

후회

내게는 너무 과분한 축복이었던 아빠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은 모든 순간들이 후회로 남았다.

그래서 살아온 모든 날들이 후회로 뒤덮였다.

이럴 줄 알았지만, 나는 정말이지 이럴줄 몰랐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오래 곱씹었어도,

나는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해주지 못했던 하나하나가, 좀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순간들이, 내 생니를 뽑고 심장을 찌르고 눈알을 파먹는 것만 같았다.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고통과 황망함이 내 모든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불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죽어버리고 싶은걸까.

다시 태어나고 싶은걸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것 같기도,

다시 한 번만 손잡고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기도,

아니, 그냥 눈을 감고 다신 눈이 떠지지 않았으면 좋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 나의 삶은 그리 건강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아빠의 고단함과 엄마의 슬픔을 덜어준다면 그걸로 족했다.

나는 그저, 그런 사람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면 세상 그 어느것도 더는 바라는 게 없는 아이였다.

그래서 친구들은 어릴때부터 날 보고 어찌 저리 평소랑 엄마아빠나 동생에 대한 것이 얽힐 때랑 저리 다른 사람이 되냐, 면서 신기해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애초부터 가족만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부터,

눈을 뜨고 세상을 이해하기도 전부터,

그냥 그랬다.


나는 그들이 날 보호하고 지키며 저기 바깥에 서서 비바람을 맞고 있는 게 슬펐고, 가여웠고,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렇게 생각만 조잘조잘거리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을 살았고, 결국 아빠를 떠나보냈다.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

나와 가족들을 위해.

심장수술을 받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나와 가족들이 후회가 남을까봐.

결국 나를 위해 심장수술을 받았다.


그 후에 폐에 물이 차고, 간이 붓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누울수도 걸을수도 없고, 물을 삼키지 못해 약을 요플레로 겨우 삼키면서도.

밤이 되면 온갖 통증으로 얼마나 이를 악물고 손을 꽉 쥐는지 손바닥에 깊게 패인 손톱자국이 매일 나있었으면서도.


아빠는 그저, 내게 너무 걱정말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나는, 그에게 다독여주고 마음을 토닥여줘야 하는 아들이었고, 나는 하루하루가 끔찍한 고통으로 뒤범벅인 아빠에게 항상 걱정되고 신경쓰이는 아이였다.


아빠는,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다.

가족들을 지켜주느라 사는 내내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아빠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고서, 그렇게 떠났다.

이제 편안한 곳에서 더이상은 숨이 차고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있을 아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참 강인하게도 잘 견뎌내던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걸까.

이젠 물어볼 아빠가 세상에 없으니, 사는 동안 내 마음 속에 그려놓았던 아빠에게 물어보면 될까.

답을 해주려나.

무슨 말을 할지 사실 이미 귓가에 들려온다.


"마음을 푸근하게 먹어라."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와 아빠의 환갑여행과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