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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Sep 18. 2017

케미포비아, 적극적 정부 역할이 정답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안아키’와 케미포비아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만든 예방접종과 화학물질 제품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거부 현상의 밑바닥에는 정부 당국을 믿지 못하는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케미포비아는 일부 사람들의 기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구체적인 피해가 이어지고,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반복돼 생긴 경험에 가깝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의 누적이라고 봐야 합당하다. 


케미포비아 현상의 주요 원인은 정부의 무능력과 난맥상이다. 최근 10년 동안 각종 화학물질로 인한 혼란에 정부는 항상 뒷북 대응을 해왔다. 시민과 언론의 문제 제기에 처음에는 ‘문제없음’으로 대응하고, 뒤늦게 대책을 발표하는 과정이 되풀이됐다. 지난 2007년 타르색소 감기약에 대한 유해성 논란에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문제없음’이었지만, 2015년에 와서야 감기약에 타르색소 사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슬그머니 발표했다. 200명 넘는 사상자를 기록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본격적인 조사는 2016년에 이르러서 시작됐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시민 스스로 조심하는 케미포비아가 유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유해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우선 책임부처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식약청이 식약처로 승격되면서 명목상 일원화는 진행됐다. 하지만 불완전한 것도 사실이다. 예산과 조직 등의 이유로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 등 해당 부처에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서로 다른 브리핑으로 혼란을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화학물질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하는 화평법 제정도 시급한 제도적 개선의 방법이다. 정부 당국이 유해성 여부와 정도를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고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업도 독성 물질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사전에 100% 걸러내기는 어렵다. 정부는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입증이 안된 사안이라도 사전 예방 원칙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더불어 언론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 위치해 그 둘을 연결하는 기관으로서 미처 알지 못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알려주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보고됐지만 공론화가 뒤늦게 된 것은 언론의 소극적인 역할이 한몫했다. 시민들이 환경 문제에 돌다리를 두드릴 때 지팡이 역할을 바로 언론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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