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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Nov 07. 2017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개혁이다

'복수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정치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정쟁 이후 승자와 패자 간 정치적 보복은 발생해왔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권교체가 발생하는 현대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정파 간 복수의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정치보복으로 국정동력이 소진될 뿐 아니라 극심한 대립으로 사회적 불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거로 인한 정권교체 이후 정파 간 복수는 지양해야 할 일이다. 


1987년 개헌 이후 누적된 적폐에 대한 청산은 시급하다. 국정원과 검찰 등 사정기관이 그동안 저지른 범죄와 해악은 조직원 일부의 일탈로 보기에는 구조적 결함이 여실히 발견됐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민에게 경제적·사회적 제재 공작을 서슴지 않았고 구조적으로 막질 못했다. 중요한 것은 구조개혁이 우선돼야지 특정 인물에 대한 심판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탄을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몇몇 인물에 대한 단죄만 이뤄진다면, 그들의 권한 남용이 가능했던 환경을 바로잡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인물에만 집중해 실패한 사례는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다.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로 우리가 접한 것은 고가 시계 의혹과 논란 외에 없었다. 이번 적폐 청산이 특정 인물을 향한 정치보복으로 흐른다면 본질인 구조개혁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구조개혁이 이뤄지는 적폐 청산이 되기 위해선 보다 특정 인물보다는 적폐의 죄목에 집중해야 한다. 적폐 청산에 의지를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을 적폐 청산의 우선순위로 올렸지만, 동시에 정부의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게 했다.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개혁의 주축으로 삼은 것으로 다소 모순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가해자에 집중하기보다는 제도적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30년 넘는 흑백분리 정책과 그에 따른 인권 유린 문제를 위원회 틀 안에서 해결하려 했다.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면 가해자를 사면 해주는 방식으로 가해자에 대한 단죄보단 범죄 인정과 피해자와의 화해, 그 이후 구조 개선에 중점을 둔 것이다. 남아공은 화해를 통해 사회 안정 속에 적폐 청산을 이뤄낼 수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의 적폐 청산이 정치보복 혹은 복수라고 반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제도 개혁에 대해 보수와 진보 후보 모두 공약한 것처럼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된 것도 역시 사실이다. 특정 인물에 대한 경마식 보도와 대중적 관심보다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다 인물보다는 당시에 벌어졌던 범죄와 불법을 추적하는 것이 급선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충분한 협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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