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갈등과 타협

by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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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은 일도 있었고,

취미도,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많았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계획이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현실은 늘 내 앞을 가로막는다.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해본 적이 없다.

정확히는 내가 스스로 선택을 해서

‘내 뜻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야만 했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였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순간,

“부모 속 썩인다”는 말이 따라왔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자랐다.


나의 아버지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중학교 입학하던 해,

하반신 장애 판정을 받으셨고,

전업 주부셨던 할머니는 길거리에서

떡을 팔면서 아버지를 키우셨다.


이런 불우한 환경 속에서

아버지는 막노동부터, 하수구 청소까지 가리지 않고 일하시며 대학을 나오셨다.

그렇게 처절하고, 절박하게 공부해서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곳에 직장에 들어가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삶’을 이루었다.


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아버지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망나니 같은 장남과 장녀를 두고,

혼자서 아득바득 공부하며 성공하신 분이니까.


그래서일까,.

아버지는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꿈은 꿈일 뿐이고, 현실은 현실이다”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나는 우주를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천문학자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나로서 딱 맞는 길이라 생각했다.


이걸 아버지께 얘기했을 때,

집안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아버지는 내가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계셨고,

그 때문에 망원경까지 사주셨던 분이기에,

당연히 내 선택을 지지해 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은 취미로 하고,

직업은 다른 걸로 해라”


그 한마디로,

나는 나의 꿈을 포기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그 어떤 곳보다 안정적인

기계공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아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된 건.


사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나도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도 현실에 타협했고,

억지로 대학을 졸업했고,

그럭저럭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

남들처럼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공허하다.

일을 해도 의미가 느껴지지 않고,

마치 커다란 시계 안의 톱니바퀴처럼

그저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냥 흘러가고 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건지,

모든 게 흔들린다.


나는 도전하고 싶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고 싶다.

이 세상 모든 다른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고,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 주지 않는다는 몹쓸 생각은

그 어떤 비난보다 날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그게 나를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외롭게 만든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아

가끔은 견디기 힘들 만큼 외롭다.


그냥 이대로 흘러가는 게 맞는 걸까?

지금 이 현실에 안주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꿈은 접고, 바람은 묻고,

익숙한 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게,

덜 아픈 길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조차도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

어디로 갈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확신은 없다.


그저 지금은,

오래 눌러왔던 이 마음을

조금씩 꺼내보고 싶다.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나를 향한 길을

다시 한번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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