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추억

사라졌다고 믿은 감정

by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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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 끝에 이별을 맞이했다.

그녀는 미국에 남아 있고 싶어 했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는 채로 헤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도 나도 그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헤어진 이후에도 우리는 몇 달 동안 매일 연락했고,

매일 밤 서로를 그리워하며 함께 울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 조금씩 이별에 익숙해졌을 무렵,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헤어졌으니, 마음 아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헤어졌는데 언제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아니, 정리했다고 착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에게 커다란 시련이 다가왔다.

취업 준비라는 거대한 벽이 나를 가로막을 때

나는 그 누구보다 큰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점점 초라해지고, 세상 그 누구보다 작게 보이게 시작할 때,

한 사람이 문득 떠올랐다.


그 시절, 아무것도 없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사랑해 주었던 사람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았다.


그녀는 대체 나의 무엇을 보고 날 그리 좋아해 주었을까…?


나의 외국 생활은 외롭기 그지없었다.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낯선 곳에서

친구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날도 허다했다.

혼자 밥을 먹으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러다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내 외국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나와 항상 같이 있어주며,

나에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잊게 만들어 주었고,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동안 제대로 보고 있지 못했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알게 해 주었고,

행복이라는 감정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해 주었다.


그 시절 나는

그녀와 함께 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어떻게 하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서로의 꿈을 공유하고,

서로가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날아갈 듯이 기뻤다.


하지만 야속하게 시간을 다가왔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며,

동시에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같이 가자”는 말,

단 한마디라도 해볼걸…

그녀는 꿈이 있었고,

나는 그걸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를 보내주었고,

그리고 그녀도 나를 보내주었다.


이별 전날,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울었다.

사람이 그렇게 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멈추지 않고 나왔다.


“같이 있고 싶어,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에 잊히지가 않는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 눈에 눈물을 맺히게 한 나 자신도 용서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함께 미래를 약속한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그녀에 대한 기억은 잊혀져 갔고,

그녀를 생각하는 날도 적어지게 되었다.


아무 일 없듯이 친구랑 놀기도 하고,

게임으로 밤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정말로 정리된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이 다시 무너지는 듯한 큰 벽을 마주하고

다시 한번 엄청난 무기력함에 빠졌을 때,

나는 또다시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 앨범 속에는 아직도 그녀의 사진이 아직 남아있고,

집안 곳곳에는 그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지금 내가 너무 불안하고,

너무 외롭고,

내가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알고 있다.

그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사랑이라기보다,

그 시절의 나를 향한 그리움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지금 그녀가 아니라

그녀와 함께 했던 행복했던 시간과,

그때 과분한 사랑을 받았었던 나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녀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두려운 걸까.


누구를 향해 이리도 아파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나는 사랑하고 싶다.

나는 사랑받고 싶다.


이제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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