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뻐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어.
결혼을 앞두고
외할머니께 신랑 될 사람을 처음 소개했다.
할머니는 그의 손을 조심스럽고도 단단히 감싸며
또렷하게 말씀하셨다.
우리 손녀 혼내지 말어.
내가 한 번도 혼낸 적 없어.
이뻐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어.
그건 단순한 인사도
농담도 아니었다.
할머니가 나를 사랑하던 방식 그 자체였다.
혼을 내는 대신
늘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
그 사랑의 방식은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었다.
할머니가 그리워 꺼내본 웨딩영상의 한 장면이
조용히 마음을 멈춰 세웠다.
할머니가 신랑 등을 토닥이며 내뱉은 짧은 한마디
“사랑합니다.”
조용하고 단정한 한마디
그 안에 모든 마음이 담겨 있었다
백 마디 말 보다 더 깊은 부탁이었고,
고맙다는 인사였고,
나를 향한 마지막 축복이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에는
후회도 미안함도 없었다.
오직, 사랑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
하늘이 조용히 펑펑 울던 날,
할머니는 긴 시간 외로우셨을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네러 세상과 조용히 작별하셨다.
이제는, 그곳에서 어떤 계절 없이
늘 포근하고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