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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PD Oct 12. 2015

자가증식하는 트레이딩 피규어 #1 - 매력

지갑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팬시점이나 토이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박스에 담긴 ‘뽑기 피규어’, 산 적이 없어도 한번쯤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대략 이런 식으로 생긴 애들 말이다


마블 히어로, <원피스> 뿐 아니라 리락쿠마와 헬로키티까지...다른 피규어에 비해 저렴한 (대략 1만원 이하) 가격과 여성층도 섭렵하는 귀여운 디자인은 '이거 하나 사볼까?' 라는 마음을 갖게 만들곤 하는데...


사실 얘네들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정신 차려보면 지갑을 탈탈 털어버린다는 신고가 자주 접수되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이 ‘트레이딩 피규어’ 혹은 방식을 따서 ‘블라인드 박스(blind box)’라고 불리우는 피규어는 주로 기존의 콘텐츠를 응용한다. 예를 들어 <원피스>라든지 <심슨> 등의 유명 콘텐츠의 캐릭터 피규어를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박스에 넣어 랜덤하게 제공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시즌 등으로 끊는 경우가 많아 나름 집중력 있게 캐릭터를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나 아무래도 5000원 쯤 주고 샀는데 전혀 원치 않는 캐릭터가 나왔을 경우는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갖고 싶다고 쉽게 가질 순 없는 귀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트레이딩 피규어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존재한다.


첫째, 이 트레이딩 피규어 방식으로만 나오는 캐릭터가 꽤 있다는 점이다.

시즌이나 에피소드별로 끊어서 적게는 6종, 많게는 24종까지 일괄 발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접해보기 힘든 비인기 캐릭터, 혹은 색다른 복장 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하거나 손쉬운 길이 되곤 한다. 원작의 매니아라면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원작에서 영혼이 잠시 뒤바꼈을 때의 모습도 피규어로 만나볼 수 있다 (원피스)



둘째, 가격이 싸다.

피규어에 관심이 높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고가의 12인치 핫토이류 피규어 뿐 아니라 최하 2만원이 넘어가는 6인치 제품의 가격도 약간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테이블이나 책장 장식용으로 피규어를 구매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이런 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트레이딩 피규어를 구입하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름 디테일한 제품들도 엔화 400엔 정도에 구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세 번째로는 뽑기 자체의 재미이다.

이런 랜덤 뽑기에는 일단 꽝이 없기 때문에 안전(?)한 마음으로 더 좋은 걸 기대하는 두근거림, 그리고 정말 좋은 게 나왔을 때의 엄청난 기쁨이 자꾸 트레이딩 피규어에 손이 가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딱히 모으는 것은 아니라도 시리즈 구성품 중 좋아하는 아이템이 나왔을 때의 쾌감은 상당하다. 이걸 뽑기 게임처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 심하게 몰입하면 댕기열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



나는 첫번째와 두 번째 이유로 이 위험한 녀석에 손을 대기 시작했었는데, 대략 이런 흐름이다.


한창 애니 <원피스>에 빠져 있던 시기에 ‘하늘섬’이라는 에피소드를 재밌게 보았는데, 우연히 피규어샵에 들려서 이 에피소드를 다루는 트레이딩 피규어를 보고 기념 차 하나 사게 됐다. 열어보니 마침 맘에 들었던 캐릭터가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늘섬 에피소드 캐릭터들 (게임 해적무쌍3 중)


기분이 좋아져 그 다음 주에 또 들러서  두 개를 사고 말았다.


근데  그렇게 세워놓고 보니 뭔가 허전한 것이다. 뭔가...이 캐릭터도 있어야 할 것 같고...저 녀석이 없으니까 좀 아쉽고....그래서 다음 주에 좀 더 사서 채워놔야겠다 생각 하다가 ‘헛 근데 만약에 같은 캐릭터가 나오면 어떡하지? 완전 돈 날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중고판매 사이트에서 해당 시리즈의 풀셋을 검색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됐다.



결국 24종이 들어 있는 풀셋을 구매하고 지금은 내친 김에 장식 케이스까지 구매해서 전시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더라.


반성은커녕 ‘그래, 애니를 보면서 시리즈에 맞춰서 기념이 될 만한 피규어 정도는 살 수 있잖아? 하나에 겨우 5000원인데.’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어오더니 이후 한동안 에피소드 진행에 따라서 피규어를 구매하는 "악습관"을 갖게 됐다.


나같은 사람이 많았던지, <원피스>의 경우 ‘월드콜렉터블’이라고 해서 TV 시리즈 횟수를 아예 옆에 적어놓고 해당 횟수에 출현한 캐릭터가 들어 있는 피규어를 판매하기도 한다 (랜덤 뽑기는 아니지만..).

<원피스> 월드콜렉터블 시리즈. 약간 비싼 가격(1만원 또는 그 이상)임에도 걸맞는 퀄리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너그러이 보면 이 정도의 수집은 원작의 팬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한다. 고퀄 피규어는 10만원을 넘기도 하니 퀄리티보다 양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컨셉이 아닌가.


여기까지만 해도 지갑 파열의 소리가 들릴 듯 하지만...


사실 트레이딩 피규어의 진정 무서운 점은 이렇게 원작의 매력에 빠져서 지르는 게 아니라 이 트레이딩 피규어 자체의 수집이 목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원피스> 뿐 아니라 <심슨><배트맨> 등 다양한 제품들이 블라인드 박스 방식으로 팔리고 있으나 팬시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니엔젤’, ‘베어브릭’이나 ‘레고 미니피규어’ 같은 경우는 원작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베어브릭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특정 콘텐츠의 팬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냥 이 자체의 수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베어브릭에는 다양한 컨셉이 존재한다. 원영님의 핑크 베어브릭 콜렉션
풀셋을 다 맞춰주지 않으면 아가들이 슬퍼할 것 같은...그런 핑계를 대게 된다...

소위 ‘플랫폼 토이’ 계열의 피규어는 마치 아름다운 도화지처럼 매력적인 기본 형태를 갖추고 그 위에 변화무쌍한 껍질을 씌움으로서 존재가치를 갖는다.


수백 종의 ‘베어브릭’ 중에는 호러영화 <쏘우>의 캐릭터 형태를 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귀여운 아기 형태를 갖춘 녀석도 존재하며 그냥 아름다운 패턴을 입은 것도 존재한다.

원영님의 도쿄타워 베어브릭 콜렉션


같은 껍데기에 어떤 모습을 입히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팬들은 이번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선보일까 두근두근하며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화제를 이어가며 수집에 열을 올린다.


다음 편에서는 원작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캐릭터 트레이딩 피규어 뿐 아니라 완전히 자수성가한 이 플랫폼 토이 녀석들까지 묶어서 만나보도록 하자.


당신이  초보라면 어쩌면 가장 관심 있게 읽어야 할 장이 될 수 있다.



(2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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