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그 싸구려 장난감이 아닙니다
동네 문방구 앞을 지나가다 보면 몇 개는 꼭 눈에 띄는 뽑기 머신. 사실 어른이 되서는 잘 안하게 된다.
아무래도 내용물이 조악하거나 촌스러운 느낌의 '싼 게 비지떡'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애들 싸구려 놀이같은 '뽑기'가 일본에서 거의 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라면 믿기겠는가?
어떤 제품은 인기가 너무 많아 1인 1회로 제한하기 까지 한다는 일본의 '뽑기 (이하 캡슐토이)'...이 번 회에서는 그 현황과 인기의 비결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일본의 캡슐 토이 붐을 확장 시킨 것은 '컵 위의 후치코'라고 볼 수 있다.
이게 뭐냐고?
간단히 설명하면 아주 작은 OL (직장인 여성) 피규어로 컵 위에 관상용으로 올려놓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피규어이다.
그렇다.
별다른 기능도 없이 그냥 관상용으로 올려서 사진 찍는 용도 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기존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차용된 캐릭터도 아닌 오리지널 상품이다.
2012년 발매 부터 현재까지 약 700만개 이상이 팔려나가는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이 후치코는 가챠폰 제품이 비단 애니메이션 기반 상품이 아니라 '기발한 제품'군으로, 또 여성층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캡슐토이의 시장 규모는 2005년쯤 정점을 찍고 크게 떨어졌다가 2011년 쯤 부터 회복을 시작했는데, 퀄리티 낮은 아동용 장난감 생산으로 인한 관심도 하락에서 성인층을 공략한 새로운 아이템으로의 이행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핵심은 여성층이라고 볼 수 있는데 2011년에 불과 4%에 불과했던 여성 구매층이 2014년에는 무려 20%로 증가했으며 아예 여성 전용의 캡슐토이 판매 공간 (아래 사진)이 신주쿠에 마련되기도 했다.
'가챠갸차여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작고 귀여운 피규어 수집에 빠져드는 여성이 늘어나고 또 이들이 SNS를 통해 그 '가와이이'한 사진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가챠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요새 국내에도 기존의 <포켓몬>이나 <원피스> 관련 상품 뿐 아니라 색다른 캡슐토이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일본 본토에서는 이미 컨셉이 안드로메다급으로 날아간지 오래이다.
기존의 고가 피규어로 다루기 어려웠던 상식 밖의 주제를 척척 제품화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 한번 쯤 기획 회의를 엿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렇듯 캐릭터 상품이긴 한데 뭔가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지는데...100엔이니까 한번 사보지 뭐...같은 느낌의 제품이 대부분이였다.
그러나 이렇게 아동층을 타겟으로 한 가샤폰이 퀄리티가 높아지는 '식완 (* 박스에 피규어와 과자를 같이 파는 제품)’과 미니피규어에 점차 매력도에서 밀리게 되자 업계가 그 타개책으로 삼은 것이 바로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엽기적 캡슐토이였다.
위의 캡슐토이는 '후치코'의 제작사로 유명한 '키탄클럽'에서 2010년에 발매한 '도게자 (사죄의 큰 절)' 시리즈로, 보통 10만개 팔리면 히트라고 하는 이 시장에서 1년 반만에 100만개를 팔아치우며 '코믹 엽기 가챠폰 시대'의 서막을 알린 제품이다.
빙산의 일각이기는 하나 아래 대표적인 제품들을 통해 그 약효를 한번 간접 체험해보도록 하자.
이 밖에도 다양한 '엽기적 제품' 덕분에 캡슐토이는 구매력 있는 성인층이 재미 삼아 살 수 있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고 SNS 열풍에 맞물려 사진들이 공유되며 시장층을 빠르게 확대시킬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요괴 워치>나 <원피스> 등의 인기 애니메이션 기반 상품이 확실한 수익원이 되기는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변신 노력이 없었다면 저가 피규어 군으로 분류되어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을 것이다.
온라인 구매가 되지 않고 가격의 제한을 가진 캡슐토이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 온 것은 굉장히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업계는 지역 / 종류 / 랭킹 등을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를 오픈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가챠폰을 구매 (물론 랜덤)해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시범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마치 모바일 게임처럼 빠른 회전율과 트랜드 분석이 핵심인 이 캡슐토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하다.
동향을 예측해볼 겸, 다음 회에서는 <컵 위의 후치코>가 어떤 식으로 시리즈화와 콜라보레이션을 전개했는지 본격적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