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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Dec 08. 2017

온통 청바지 뿐, 청바지의 마을

육지에서 절반 #7 고지마, 청바지의 마을

"청바지 마을"로 불리는 고지마는 행정 구역 상으론 오카야마 현에 속하지만, 정말 우리가 '오카야마'라고 부르는 오카야마 시에서는 다소 먼 동네다. 도리어 다카마츠에서 더 가까운 느낌이라 이번 여행 중 짬을 내어 들르게 되었다. 사카이데 역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어 금방이다.


미국도 아니고 일본에 웬 청바지 마을?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일본 청바지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고 에드윈 Edwin (한국의 에드윈과는 무관) 등 일본 고유의 브랜드도 제법 있는 편이다. 처음 일본인들이 데님이라는 소재를 접했을 당시에는 소재 자체가 가진 단단함 때문에 가공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유일하게 고지마에만 이 가공 기술이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고지마 = 청바지" 라는 공식이 아직까지도 통한다고. 


고지마 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청바지 마을 구경이 시작된다. 여기저기 눈을 돌려봐도 모두 청바지 일색이다.


청바지 마을 구경은 "진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거리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청바지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바지 가게들만 주르륵 있는 것은 아니고 귀여운 카페나 데님을 소재로 하여 만든 자잘한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도 중간중간 있어 지루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똑같은 '청바지 가게'라고 해도 널찍한 공간에 세련된 인테리어를 뽐내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100년도 더 된 옛 건물을 개조한 가게도 있고, 조그만 벽면에 최대한으로 빽빽하게 진열을 해둔 가게도 있는 등 다들 제각각인 모습이어서 이리 저리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다. "진 스트리트" 자체가 제법 긴 편이라 다 둘러보지 못했는데도 개성있는 가게들을 꽤나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거리가 재미있는 또 한가지 이유는 걷다보면 중간중간 청바지들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본래는 파란 하늘과 파란 청바지가 어우러지는 쨍한 풍경이었겠지만, 이 날은 비가 억수 같이 내려 청바지들이 모두 쫄딱 젖어버렸다. 마치 빨랫줄에 갓 걸어놓은 빨래와 같은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우리도 쏟아지는 비를 피해 잠시 카페로 들어서 인디고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주문했다. 인디고란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쪽빛 하늘"의 바로 그 "쪽"의 일종인데 다행히도 진짜 데님처럼 시퍼렇진 않고,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연한 하늘빛으로 물든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여기에 커피와 함께 나온 코스터조차도 데님.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청바지와 연관되어있으니 구경꾼 입장에선 신이 날 수 밖에.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앞에 두고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니 쏟아지는 비조차도 운치있게 느껴졌다.


사실 청바지 마을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이 동네 청바지의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수작업으로 만든 청바지, 조그만 가게에서 특유의 세심한 감성을 발휘해 만든 청바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청바지가 쏟아져나오는 시대(물론 공장표 청바지도 브랜드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비싼 것도 있다)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꽤나 망설여지는 가격.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빈 손으로 돌아가기는 조금 아쉬워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님 소품을 하나 구매했다. 


정체는 데님으로 만든 고래 상어. 사이즈는 무척 다양해 작은 것은 스마트폰 케이스로, 큰 것은 백팩으로 사용가능하다는데 나는 중간 사이즈로 구매했다. 작은 물병이나 텀블러를 넣을 수 있는 사이즈다. 가방에 연결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고리도 달려있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번 여행에 동행할 예정이다.



추신) 

진 스트리트 위에는 소금을 팔아 부를 쌓은 노자키 가의 옛 집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날은 휴무일이어서 내부까지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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