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세상
"케이크를 준비하고 초를 꽂고
초에 불을 붙이면 그 날의 주인공이 후 불어 촛불을 끈다."
각자가 사는 세계는 몹시도 다르지만 놀랍게도 생일을 축하하는 방법은 꽤나 흡사하다. 내가 아는 세계가 세계의 전부라고 건방지게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세계에서는 그렇다.
케이크로써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한 것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이고,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밝힌 것도 중세 이후 독일에서 시작된 문화라고 하니 꽤나 역사가 길다. 이 정도면 인간의 뇌리에 각인될 법한 시간. 그래서인지 별거 아니라면 벌거 아닌 퍼포먼스지만 나는 여전히 생일상에 케이크가 없으면 섭섭하고 촛불이 없으면 더 섭섭하다.
어느 순간부터 그간 먹은 나이만큼 빽빽하게 초를 꽂는 일은 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 나이가 부끄럽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나이 먹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인생을 정면으로 통과해온 이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나 혼자의 힘으로 오롯이 이만큼 오기까지 얼마나 버거웠는지.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아무 것도 몰랐기에 어찌저찌 그렇게 해왔을 뿐, 알고서는 절대 다시 못 겪을 날들.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아무 것도 모르기 떄문에 그 용감함으로 살아간다.
앞으로 살아갈 날 중에서도 미리 경험해본 날은 하루도 없으니 그 용감함은 여전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20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떡할래?” 같은 질문에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 내 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단호히 “안가요”다. 그래도 딱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 로또 번호를 알아내 오고 싶은 마음은 조금 있다.
태어난 것이 행복해서라기보다도 이 날이 오기까지 기특하게 버텨왔기 때문에 생일 케이크는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 제과제빵의 눈부신 발전, 그 정점에 식빵이 아니라 케이크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케이크는 특별한 날을 위한 특별한 존재니까.
※ 가끔 "생일 케이크 맛"이라는 알듯말듯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쿠키 등을 만날 때가 있다. 생일 케이크는 무지 다양한데 대체 어떤 맛을 말하는건가 싶은데 이 말은 아마도 하얀 버터 케이크 위에 알록달록하게 뿌려진 '스프링클'의 맛을 나타내는 말인 듯 싶다. 문제는 스프링클도 딱히 특별한 맛이 나는 건 아니라는 점! 그래서 나는 매번 "생일 케이크 맛" 쿠키를 먹을 때마다 과연 이 작명법은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