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진정한 의미의 웰컴은 만나기 힘들어졌을지도 모르지만 형식적으로나마 받게되는 웰컴에는 대부분 음료가 따른다. 어디서든 누군가를 맞이할 때 음료를 대접하는 일은 일반적이니까. 이렇게 만나게 되는 한 잔의 음료 중에서도 호텔이나 가게 등에서 제공해주는 것은 특별히 웰컴 드링크라고 불린다.
웰컴 드링크는 때로는 주스이기도 하고 커피이기도 하고 술이기도 한데 내 기준으로 가장 많이 받아본 것은 차였다. 방콕의 어느 호텔에선가 아무 기대 없이 마주한 한 잔의 차, 그 모습에 반해 이름을 알아내어 구입해왔다.
오묘한 푸른 빛깔이 눈길을 끄는 ButterFlyPea Tea는 한국에서는 "안찬 티"로 이름으로 통한다. 영롱한 색상에 비해 딱히 맛이랄 것은 없고 (맛이 후지다는게 아니라 아무 맛도 안난다는 뜻) 향도 신경써서 맡아봐야 눈치챌 정도로 은근하게만 풍기는데 그 향은 구수한 쪽에 가깝다. Pea라는 것이 결국 완두콩이니까 이런 향기가 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ButterFlyPea Tea의 매력은 코나 입으로 느낀다기보다는 역시 눈으로 보는 것. 물에 우려냈을 때는 강력한 안토시아닌 성분 덕에 푸른 색을 띄는데 여기에 레몬즙이나 라임즙 등 산성 물질을 더하면 보라빛을 거쳐 자주빛으로 변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비롭다. 단순한 산화환원 반응일 뿐이지만, 이 광경을 처음 만난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 그 이상일 것이다.
태국에서는 마사지 샵에서도 곧잘 웰컴 드링크를 잘 내어준다. 이완 작용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차는 마사지 전반의 만족도를 올려주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는 차 한 잔에 세상 노곤해지며 진정으로 환대 받는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문득 그립다.
요즘 여행을 쉬고 있어서인지 웰컴 드링크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가끔 너무나도 달뜬 마음이 되는 것은 왜일까. 그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웰컴 드링크들에게 “오랜만이야! 다시 만나서 반가워!” 하는 웰컴 인사를 건네고 싶다.
※ 태국에서 만난 마사지 샵들과 받았던 마사지들에 대한 기억. 난 발 마사지 정도가 딱 좋다. 허리나 목은 조금 무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