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이미 유명해져버릴 대로 유명해진 블루보틀. 그간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소문으로만 접해봤던 곳이라 큰 기대를 갖고 방문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만 해도 꽤 여러곳의 매장이 있어 각자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방문하면 되는데 나는 유니온 스퀘어 근처의, 말 그대로 도심 한가운데 매장을 찾았다. 보통은 바다 구경도 할 겸 페리 선착장 지점에 많이 들르는 것 같긴 하지만.
간판이나 가게가 잘 눈에 띄지 않아서 근처까지 와놓고는 약간 헤맸다. 큰 길가에 내놓은 입간판은 바로 눈에 띄었는데 정작 가게 입구가 어디인지를 발견 못해서 불나방처럼 그 근처만 빙빙. 나중에 깨닫고보니 시야 바깥의 높은 위치에 조그만 간판이 걸려있었다. 이건 내 키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시야 바깥일 만한 높이였다. 흰 바탕에 손으로 대강 슥슥 그린 듯한 파란 물병. 틀림없는 블루보틀이다.
아이스 라테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있지만 그닥 좋아하는 음료도 아니고 날도 은근 쌀쌀해 따뜻한 핸드드립으로 주문해봤다. 일부러 신 원두를 고른게 아닌데도 다소 산미가 돋보이는 맛. 나는 쓴 커피보다는 신 커피를 좋아하는 취향이라 매우 만족했지만 사실 신 커피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라테를 먹는 것이 좋아보였다. 커피의 신 맛은 우유에 잘 중화되고 고소함만 남으니까.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루보틀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한국에는 블루보틀 매장이 생긴다 만다 소문만 무성했었는데 지금은 벌써 4호점까지 생겼다. 그렇지만 몇 시간씩 줄을 서면서 사먹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맛이라고는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물론 커피 맛은 만족스러웠지만 "와, 세상에나 커피에서 이런 맛이? 이것이 바로 나의 인생 커피야!"라고 할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
카페가 늘어나면서 개성있고 맛있는 커피를 내는 곳은 정말 많아졌다. 가정용 커피 장비들이 보편화되면서 엔간한 수준의 커피는 집에서 뚝딱 만들 수도 있게 됐다. 더 이상 커피를 '맛'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도 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 커피는 어떤 커피인가. 나의 인생 커피는 감자와 함께하는 커피. 어찌저찌 하다 보니 어느덧 그렇게 됐다.
이 녀석.... 나라는 인간의 취향을 쥐락 펴락하고 있어...
※ 아래는 압구정 안다르 호텔 1층에 생긴 블루보틀 4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