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튀긴다굽쇼?

스페인, 마드리드

by 나예

오늘의 간식은 우유 튀김. 요즘 우유 튀김은 대만의 야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로 알려져있는 듯 한데, 내가 경험했던 그 당시의 대만에는 이런 음식이 없었다. 대만도 유행이 굉장히 빠르게 생겼다 사라지는 편이고 야시장의 취급 메뉴라는 것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만에 드나들 때는 죄다 펑리수만 팔았었는데 그 뒤에 갑자기 누가 크래커가 빵 떴다. 하지만 가게 문이 열기도 전부터 구름처럼 줄을 서야 구매할 수 있었던 누가 크래커의 인기도 요즘은 시들하다고 하니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차라리 세월이 야속하다고 해야할까.


나는 우유 튀김을 대만이 아니라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경험했다. 레체 프리타(Leche=우유, Frita=튀김)는 식사 후 디저트로 먹는 녀석이긴 하지만 워낙 가정식 요리라서 딱히 사 먹을 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일반적인 식당이나 가게에서는 도무지 만나지 못하다가 마트 구석의 반찬 가게에서야 겨우 찾았다. 따끈하게 먹는 튀김은 아닌건지 고이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는데 겉모습으로 보기엔 두부 부침 같기도 하고 인절미 같기도 한 녀석이었다.


먹어 보니 분명 처음 먹는 음식인데 어디선가 먹어본 적이 있는 기분? 튀김의 느낌보다는 달달한 연유를 굳혀 겉면을 살짝 구운 느낌으로 바삭한 식감은 전혀 없었던 기억이 난다. 흐느적거리는 것을 단단한 튀김옷으로 감싸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유 자체가 꽤 쫀쫀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유는 액체니까 순수 우유를 튀길 수는 없다. 우유 튀김은 푸딩이나 연두부 정도로 굳힌 우유를 튀긴 것. 굳히기 위해서는 옥수수 전분이나 감자 전분 등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자칫 느끼할 수 있어 진한 커피를 곁들이는 것이 좋은데 오늘은 숙면을 위해 커피를 참아봤다. 대신 상큼한 과일을 추가. 그러고 보니 마드리드에서도 과일과 함께 먹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유를 튀긴다는 발상 자체도 희안한데, 그런 희안한 음식이 대만의 야시장에, 그리고 지구 정 반대편인 스페인의 반찬 가게에 있다는건 더 희안하다. 그리고 한국 마트의 냉동 간식 코너를 거쳐 오늘 우리의 테이블 위에 있다는건 더욱 더. 세상은 참으로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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