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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쩡너지 Jul 16. 2023

조금은 이기적인, 가족 여행의 의미

절대적으로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

“가족 여행 계획을 어떻게 짜야할까?”

발리 한달살기를 한 지 어느덧 3주의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고, 마지막 1주일은 가족들이 한국에서 발리로 넘어오기로 했었기에 3주차 정도에는 가족여행 준비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혼자 있을 때에는 아무런 숙소에서나 자도, 아무런 곳에서나 먹어도 부담감이 전혀 없었는데, 막상 가족들이랑 일주일동안 발리에서 여행다닐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부담감이 생긴 것. 


이 부담감은 결국, 오랜만에 즐기는 가족끼리의 해외여행을 보다 ‘완벽하게 보내고 싶은 나의 욕심’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처음 동선을 짤 때에는 내가 발리에 머물면서 원래 있었던 곳에 (내가 그 지역을 잘 꿰뚫고 있는 곳)에서 여행을 다니려고도 했었다. 그래야 다른 변수가 생기더라도 내가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빠르게 해결을 하거나, 동선을 새롭게 짜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함께 즐겨야 여행이지!”

그러나 발리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가족끼리의 그룹톡을 했을 때, “가족여행인데, 너도 안가본 새로운 곳으로 가봐야지~ 간 곳 또 가서 뭐해! 같이 즐겨야지!”라는 말씀 한마디가 나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래서 “완벽한 가족 여행을 위해 나는 희생해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갖고 있던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기존에 짜놓았던 가족 여행의 모든 동선을 갈아엎고, 아예 새로운, 내가 발리에 머물면서 전혀 가보지 않았던 곳들로 다시 일정을 짰다. 처음에는 모든 숙소들과 교통 예약을 해둔 것들을 취소해야하는 부분들 때문에 조금 번거롭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과정 속에서 부담감보다는 ‘여행으로부터 오는 설렘’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언제 또 가족 모두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족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앞으로도 부모님과 함께 더 많이 해외 여행을 다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모든 것들을 신기해하시고, 또 예쁜 옷을 입고 사진찍을 때마다 마치 어린 아이 마냥 밝고 행복한 표정으로 설레어하시는 부모님의 표정을 보니 괜히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혹은 이왕이면 조금 더 완벽하게 시간을 맞춰서 등 많은 생각들과 함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가족여행을 통해서 다시금 느낀 것은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저지르자!’라는 것. 그렇게 ‘완벽한’ 타이밍를 맞추려다가 오히려 타이밍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부모님의 체력이 조금이라도 괜찮으실 때에 예쁜 곳, 좋은 곳에 함께가서 맛있는 것들을 먹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보며 시간들을 보내고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여행 기간도 부담감을 느끼기보단,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 초점을 맞춰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함을 온전히 만끽해야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또 가요, 우리!


“결국, 남는 것은 사진 뿐. 누구를 위한?”

그리고 사진 찍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가 이번 가족 여행에서 나의 인생샷은 뒤로한 채 부모님의 사진을 더 많이 찍으려고 했다. 내가 이렇게 부모님의 사진을 더 많이 남기는 이유는 지금 당장에서는 예쁘게 찍힌 사진을 보시면서 만족해하실 부모님을 위한 마음도 있지만, 사실 나의 마음 속 더 깊은 곳을 들춰보면 결국 나를 위한 조금은 슬프고도 이기적인 마음도 존재한다.


먼 훗날 시간이 지났을 때,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추억하고 싶어하는 나의 이기적인 마음. “그 때 부모님의 사진을 많이 담아둘 걸, 조금 더 맛있는거 많이 사드리고 좋은 것들 많이 해드릴 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음. 그래서 가족 여행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든 순간 부모님을 위해, 또 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완벽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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