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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쩡너지 Aug 13. 2023

발리 한달살기 이 후 바뀐 것들 (feat. 글쓰기)

내 인생은 앞으로 발리 한달살기 전과 후로 나뉘지 않을까.

퇴사, 이별, 인간관계에서의 상처, 그리고 3년간 살았던 곳을 떠나기까지.

 2023년 상반기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이래되나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들이 나에게 겹겹이 찾아왔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내가 살기 위해서,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들을 정리한 채 갑작스럽게 떠났던 발리 한달살기. 사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 정리를 하고 싶어 떠났었지만, 처음 발리 한달살기를 하는 일주일 동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열정과 에너지가 넘쳤던 내가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면 그만큼 많이 힘들었던 것이겠지.


 그렇게 일주일동안 ‘숙소에서 쉬기 - 배고프면 근처 식당 가서 밥먹기 - 예쁜 카페가기’를 반복하며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혼자이니까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이런 모든 상황이 나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회사 일에 치여 살고, 욕심 많아 내가 벌려놓은 일에 치여 살고, 또 남 눈치 보느라 거절하지 못해서 상황에 이끌려서 살고.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고싶은지에 대한 ‘나’의 내면 속 이야기들을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첫 브런치 글을 썼을 때에는 내가 놓여진 환경, 나의 시간, 주변 사람들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발리 한달살기를 끝내고 온 지금 이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를 느낄만큼 실제로 많은 것이 변화되었음을 느낀다. 그럼 나는 발리에 다녀오기 전과 후, 무엇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느꼈을까? 그리고 그 변화는 어디서부터 오게 된 것일까?

   


글쓰기를 통해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전에는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이 있다면 어찌할 줄 몰라서 그 감정에 휘둘려 고통스러워만 했었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감정들에 사로잡혀 일상이 망가진 적도 많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불안함으로 인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경험한다거나..) 그러나 발리에서 지내면서 글을 쓰며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내가 느끼는 감정의 크기와 그 원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사실 ‘내가 그렇게까지 불안해 할 것은 아니었잖아?’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기분이 나아짐을 경험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게 되면 그 기분에 휩싸이지 않고, “내가 왜 이렇게 화가나지? 왜 이렇게 뭔가 불안하지?”를 생각하며 메모에 나의 생각들을 끄적이면서 나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 다시 해보고 싶다는 열정과 의지가 생겼다. 


 정말 아무런 의지도, 생각도, 의욕도 없었던 초반과는 다르게, 지금은 다시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다만 완전 이전에의 나는 늘 에너지 넘쳤기 때문에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거 아니야? 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사실 원래 이전의 내 모습과 지금은 다른 점이 딱 하나가 있다. “무언가 다시 해보고 싶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게-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ENFP (그놈의 MBTIㅎㅎㅎ.)인 나는 나 빼놓고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면 엄청난 소외감을 느꼈고, 또 FOMO를 아주 느꼈던 나였지만, 지금은 진짜 내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이걸 ‘왜’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한 호흡 천천히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불안’이라는 감정이 사그라들다보니, 이제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내가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힘들었을 그 시기에는 사실 나를 힘들게 만든 사람, 압박감과 불편함이 느껴지는 환경 등 부정적인 생각들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한 단점들만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자책으로 이어지며, 안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더욱 궁지로 몰아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이 감정을, 내가 놓여진 상황을 소화해내는 게 너무 힘들었었다.


 그러나 그렇게 죽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다보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 스스로를 챙겨야겠다 싶었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만큼은 내 편이 되어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매일 매일을 스스로에게 “괜찮아”를 전하며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다보니, 조금씩 나의 자존감도 올라가고 있음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내가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내가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했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면 내가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었던 깊은 내면에는, 그동안 나의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자리잡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좋아하는 저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은, 정말 저 사람들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그동안 내가 힘들 때 나에게 많은 위로의 말을 전해주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의 성숙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고서 따끔한 조언과 함께 내 곁에 남아주었던 지인들에게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웠다. 정말 내가 어떻게 이 고마운 마음을 다 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발리 한달살기 돌아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생일이 있었는데, 우연히도 그 때 내가 정말 고마웠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나의 고마운 마음들을 담아내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직접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나. 앞으로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해주기.


아무튼, 발리 한달살기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내 주변에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정도로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나는 발리가 아니어도 좋으니, 모든 것들을 다 중단하고 한달살기를 다녀오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그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서 정말 “쉼을 있는 온전히 느끼고 오기”. 그리고 핸드폰 메모장에 쓰는 것도 좋으니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써보기”를 해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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